시애틀 여행지

로맨틱 도시 시애틀의 달콤한 밤 | 당신의 저녁은 안녕하신가요?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08-22 03:09
조회
538

밴쿠버에서 시애틀까지 두 시간 거리를 다섯 시간이 걸려서 도착했다. 시애틀은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다. 아시아 및 알래스카와 최단 거리에 있어 항로와 철도, 도로가 모이는 기점으로 항만도시이자 상공업의 도시다. 캐나다-미국 간 국경에서 시애틀까지는 200km가 채 안 되는 거리로 5번 고속도로를 타고 쭉 내려오면 된다. 처음 와보는 미국의 서부, 조금 달리니 저 멀리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타워를 포함한 도시의 전경이 보인다. 우리에게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로 너무나 친숙한 도시이다. 영화 덕분인지 시애틀에서는 엄청 로맨틱한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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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달리는 트램이 왠지 더 낭만적으로 보인다. 나는 원래 트램을 좋아한다. 토론토 살 때도 쉬는 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동네를 순환하는 트램을 타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완벽하다. 이어폰을 꽂고 정처 없이 트램을 타고 떠돌며 비 오는 토론토의 풍경을 감상하고는 했는데 트램 안에서 보면 늘 보던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트램 자체가 내게 주는 느낌이 이국적이라 그런 것 같다. 


 


 


유니온 호수 Lake 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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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시애틀의 남쪽 외각에 호텔을 잡았으므로 텐트를 칠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시애틀의 명소들을 몇 곳 관광하고 호텔에서 잔 뒤, 내일 아침 일찍 시애틀을 떠나 동쪽으로 달릴 계획이었다. 우선은 다운타운으로 들어가기 전 생각보다 오래 걸린 미국 입국심사로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유니온 호수라는 곳을 찾았다. 북미의 어느 도시를 가던 강과 운하는 물건을 실어 나르고 시민들의 여가를 책임지기 때문에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니온 호수는 낮에는 워싱턴 호수로 선박을 들여보내는 수로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저녁에는 시민들이 여유로운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늦은 오후, 해질 무렵의 호수가 시애틀을 더 로맨틱하게 보이게 했다. 이미 많은 시애틀 주민들이 평화로운 평일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퇴근 후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여가시간을 즐기는 행복한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테닝을 하고


누군가는 카누를 타고 ,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젊은 커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우리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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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에서 아마도 선상파티가 있는 듯하다. 자기 나름대로 멋을 부린 사람들 몇이 각자 먹을 음식과 소품들을 가지고 배에 오르는 모습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혼자 또는 둘이서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살면서 요트는 힘들더라도 카누는 꼭 한 대 사고 싶다.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사람들이 즐기는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봤는데, 그중 최고는 역시 물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챙겨야 할 것도 많고, 그것을 옮기는데도 수고 또한 들겠지만, 그래도 물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그 특별한 여유는 땅 위에서의 무엇과는 비교하기 힘들 것 같다. 해 질 녘  조용한 호숫가에 와 자동차 루프에 올려있는 카누를 내려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왠지 모를 깊은 내공과 사연이 느껴지고는 했다.


 


북미를 여행하다 보면 공원의 경치 좋은 곳에 피아노가 한 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건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그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은 흑인 친구 두 명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아름답던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길에서 우연히 좋은 연주를 만나는 날은 라디오에 내 신청곡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기쁘다.


 


꼭 거창한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은 아닐 거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항상 가족들이 모여 하루 한번 티타임을 갖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본다. 함께 가족끼리 모여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매일 1~2시간의 여유. 그런 삶도 정말 가치 있지 않을까? 하긴 요즘엔 그런 소박한 꿈이 더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Pike Place Market


 


로맨틱했던 유니온 호수의 풍경을 뒤로하고 이제 시애틀 다운타운으로 들어갈 차례다. 오픈카들이 자주 보이는 게 미서부에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1년 내내 날씨가 온화하기 때문에 오픈카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곳이다. 괜히 언덕길도 반갑다. 시애틀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도시가 아닌 사람들의 손때가 오랫동안 묻은 사람 냄새나는 도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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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서 우리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관광명소로도 많이 알려진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영화 촬영도 많이 했고, 스타벅스 1호점이 시작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날 밴쿠버의 재래시장에서 너무 좋은 영감을 많이 받고 왔기 때문에 시애틀의 퍼블릭 마켓 역시 너무 궁금했다. 마치 모더니즘 작품 같은 센스 있는 네온사인 간판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가 호수에서 너무 여유를 부렸나 보다. 아쉽게도 마켓의 거의 모든 상정이 문을 닫은 상태. 시애틀의 싱싱한 해산물은 오늘 맛볼 수가 없나 보다. 아쉬운 대로 시애틀 퍼블릭 마켓의 풍경이나 한번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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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퍼블릭 마켓의 에너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하루가 끝난 후의 '여유'를 만났다. 항구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을 구경하며 미국의 서쪽 바다로 지는 낭만적인 노을 풍경을 감상했다. 갑자기 붉은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하여 항구 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본다. 붉은 노을이 바다를 금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왠지 가는 해를 붙잡을 수만 있을 거 같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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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을 머금고 있는 작은 놀이동산의 입구가 마치 천국으로 입장하는 게이트처럼 느껴졌다. 오늘 하루 어느 하나 엄청 화려한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헤븐을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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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 올 땐 싱싱한 해산물을 마음껏 맛보기를 바라면서 우린 다시 이탈리아 소형차에 몸을 싣고 퍼블릭 마켓을 떠난다.



 


캐리 파크에서 보는 시애틀 야경 Kerr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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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파크는 시애틀의 한 업타운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우리나라의 한남동 같은 느낌이랄까? 꽤 멋진 부촌의 주택들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한 시애틀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어 유명한 곳이다. 1972년에 케리 부부(Mr. and Mrs. Kerry)가 시애틀 시(市)에 기증하였는데 전망이 좋아서 시애틀의 관광책자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실은 저 사진 속에 보이는 스페이스 니들이란 타워에 오르려 했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시애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출연하고 1993년 개봉한 이 영화는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시애틀이 로맨틱한 도시로 기억하게 한다. 너무 오래전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했지만 영화의 앤딩이 어느 타워의 전망대였던 것은 정확히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시애틀에 서 제일 유명한 타워가 바로 그 영화에 등장하는 타워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애틀에 도착하기 전 도시 전경도 한번 볼 겸 영화를 다시 봤는데 사실 그 타워는 시애틀이 아니라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다.(꼬맹이가 혼자 시애틀에서 뉴욕까지 날아가다니..ㅎㅎ) 그래서 타워에 오르기보단 타워가 포함된 시애틀의 전망을 보기로 결정하고 캐리 파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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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지고 어둠이 오면 한산했던 캐리 파크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스페이스 니들을 중심으로 잘 정돈된 시애틀의 멋진 스카이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한 느낌의 시애틀. 여행객뿐 아니라 데이트 장소로도 딱 좋았다. 저 연인들 중 몇은 곧 가정을 꾸리고 언젠간 유니온 파크로 나들이를 가겠지? 그들 또한 행복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래본다.


 


우리는 이렇게 소박하고 로맨틱하게 미국 시애틀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내일부터는 몬트리올을 향해 또 열심히 달려갈 것이다. 다시 시작된 미국 횡단,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또다시 열흘. 그 흔한 가이드북조차 없다. 구글맵으로 검색한 몬트리올까지의 최단거리를 달리며 그 루트 위에 위치한 미국의 도시들과 가볼 만한 곳을 찾는 즉흥적인 형태의 여행이 될 것 같다.


 



 


출처brunch.co.kr/@parttimeartist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직장인작가 Part Time Artist 님의 동의하에 게시되었습니다.


 


* 미국 워싱턴 주 최대 한인 커뮤니티 케이시애틀은 작가님들의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정된 작가님은 블로그/브런치/웹사이트 링크를 게시글에 남겨드립니다. 작품 기고: contents@ksea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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