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만남과결혼]미국까지 선보러 갔다가 카지노서 날밤 새는 바람에…
최근 도박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불법 원정도박, 승부 조작…. 직업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도박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 많다. 담배도 일종의 마약이고, 끊기가 어렵다지만, 도박은 그 이상인 듯하다.
중매한 커플 중에도 도박으로 인한 이혼이 몇 있다.
이런 유형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보다는 오랜 세월 꾸준하게 일정한 숫자가 도박에 중독되어 이혼한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도박까지 성행하는 상황에서 도박은 이혼의 중요한 사유임이 틀림없다.
도박이 지식수준이나 정신력과 상관없이 얼마나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지 짐작하게 한 일이 있었다. 몇 년 전이다. 한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단체미팅을 미국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단체미팅은 같은 수 남녀가 참가해 1:1로 파트너를 정해 로테이션하면서
대화를 나눈 다음 마음에 드는 상대와 연락처를 교환해서 만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장거리 연애는 쉽지 않은데, 한국과 미국의 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참가자의 의지가 분명해서다. 한국에서 유학이나 현지 파견, 혹은 이민 등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남성들이고,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랐지만, 한국계와 결혼하고자 하는 여성들 또한 필요하다면 한국에 거주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에서 결혼적령기 여성 10명을 모집했다.
30대 전후 연령대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여성 30여명 지원했는데, 그 중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한국에서 남성을 모집했다. 아무래도 1주일 정도 시간을 내야 하고, 비용 부담도 커서인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신청자가 적어 20명 중 10명을 선발했다. 남성도 전문직,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이었다.
미팅 방식은 뉴욕과 그 일대에 10개 데이트코스를 정해서 나흘 동안 두세곳씩 장소를 옮기면서 만나는데,
1개 장소당 1명의 파트너와 데이트 하면서 10명의 이성을 한 번씩 만난 다음
남은 이틀 동안 마음에 드는 커플끼리 자유 데이트 하는 일정이었다.
첫 이틀은 계획대로 순탄하게 일정을 잘 마무리 되었다.
사단은 둘째 날 밤에 발생했다.
단체미팅 여행의 묘미는 일정을 마친 후 밤에 갖는 자유시간이다. 며칠 함께 지내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여흥을 즐기는데, 같은 방에 묵는 두 남성이 밤을 좀 즐겨보려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뉴욕 인근의 카지노에 가게 된 모양이다. 우연한 일이었는데, 마침 두 남성 중 한명이 슬롯머신을 해본 적이 있다면서 내켜 하지 않는 다른 남성을 졸라서 들어간 것이다.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들어서게 된 카지노. 그런데 우연히도 따라간 남성이 잭팟을 터뜨렸고, 그는 또 한 번의 행운을 기대하며 계속 슬롯머신을 돌렸다. 도박하는 사람의 심리가 그렇지 않은가. 돈을 따면 더 따고 싶고, 잃으면 만회하고 싶고. 일단 시작하면 어떤 이유로건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박이다. 그렇게 도박 세계에 눈을 뜬 그 남성은 다음날에도 카지노를 찾았다. 그러다가 결국 그날 만나기로 한 여성을 바람 맞히고 말았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