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종지 속 들꽃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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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ainrain
작성일
2019-11-19 06:31
조회
413
깨진 종지 속 들꽃
동네 수퍼 옆 벽돌담 모퉁이
쓰레기가 자유를 선언한 자리
강아지도 자유를 선언했던 자리
여느 집 가장의 절박한 마음이
전단지에 매달려 있던 자리
누군가의 그림자가 얼큰히 취해 있던 그 자리
지친 귀갓 길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목이 긴 들꽃 아이
한 줌 볕에 의지하며
새우 젓 종지 같은 깨진 그릇에
고인 빗물로 겨우 목을 축이던
메마른 땅
이름도 모르는 조그마한 들꽃 아이가
천진하게 피었다
긴 기다림이었을까
내 마음으로 성큼 안기어 가녀린 목을 뻗어 싱긋 웃는다
사금파리 한 조각 해맑은 미소로
어느덧 달무리 지는 밤
콩닥이는 작은 심장에도
비가 내리려는가 보다
———— 조 소영 시인 님의 ‘깨진 종지 속 들꽃’ —-
옥상 구석 민들레가 핀다
단지 바람에 날린 먼지가
갈곳을 잃고 겨우 서로를 부비며
살아 가는 그런 날에,
날개 달고 기꺼운 바람을 타고
한 뼘 같은 자리에 앉아
꽃이 된다
노란 아이 새도우를 지우는
비가 오고
천진한 아이는 말간 미소로
묻는다
기다림이 뭐야
목이 긴
들 꽃이 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