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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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도 코로나도 아니래요 - 지독한 감기와 산불

에세이
작성자
KReporter3
작성일
2022-10-10 13:45
조회
307

드디어 아이가 학교에 갔다. 아직 마른기침을 조금 하지만 열 없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체액도 없어서 긴 결석을 끝내기로 했다. 학교 가는 게 얼마나 좋은지 교문 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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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rs-jdGVFuWwiJo1srwwCP64dk.png투병생활 필수품들



시작은 미열과 콧물이었다. 9월 21일 수요일 저녁부터 약간의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100.4도를 넘으면 등교 금지라서 목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았는데 그날 오후부터 왼쪽 눈에서 눈곱이라기엔 좀 양이 많은 분비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pataday라는 안약이 2세부터 사용 가능하길래 그걸 사서 일단 넣어보았다. 금요일에도 결석을 하고 다니던 소아과가 문 열자마자 walk-in으로 갔는데(전화를 안 받아서) 당일 진료는 안 되고, 다음 주 화요일에 레드먼드 지점에서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지 미국 병원. 눈 분비물이 많아지거나 빨갛게 되면 벨뷰에 있는 Seattle Children's Hospital Urgent Care에 예약하고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만 알려줬다.

온라인으로 밤 9시에 예약 가능한 타임 슬롯이 하나 있어서 바로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데 눈 분비물이 이젠 마치 콧물이 눈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시간이 되어 얼전트 케어에 갔더니 안티 박테리아 안약을 처방해줘서 처방전을 들고 동네 월그린으로 갔다. 약을 바로 주면 미국이 아니지. 50분 뒤에 오라고 해서 집에 가서 애를 씻기고 남편이 나중에 약을 찾아와서 아이 눈에 넣어 주었다. 눈 분비물은 생기는 족족 닦아냈는데 자면서 나오는 건 말라붙을 게 자명한 일이라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깼을 때 눈이 안 떠질 수 있는데 엄마 부르면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줄게 걱정하지 마 괜찮아. 다음 날 역시나 아이가 눈을 못 뜨겠다며 울어서 따뜻한 수건으로 잘 녹여서 닦아줬다. 오른쪽 눈에서도 분비물이 나와서 일요일 아침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래도 약 덕분인지 일요일 오후쯤엔 눈 분비물도 다 사라지고 열도 없어서 월요일부턴 등교할 수 있었다.




Pe4gz4OVrtxkYXhNrIJnH_uYaYk.JPG

5eprHn4saibBVmUFzpypbuEHjaU.JPG10월 7일 vs. 10일 워싱턴주 공기 - https://www.iqair.com/



9월 말부터 공기가 별로 안 좋았다. 여름이면 이 지역에 고질적으로 산불이 여기저기 나는데 예년과 달리 10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아 공기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앞으로 10일 이내에도 비 예보가 없어서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시애틀은 원래 9월 말부터 우기 시작인데 왜 이러는겨. 높은 미세먼지 수치도 아이의 기침이 오래간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이런 공기를 마시며 걸어서 등하교를 했으니 기침이 시작된 게 아닐까.

아이는 일주일 등교를 잘 했는데 토요일 저녁부터 고열이 났다.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토하기도 하고, 열이 103~104도를 계속 찍어서 크룹인지 중이염인지 독감인지 뭐든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린이 얼전트 케어를 다시 예약해서 일요일 오후에 진료를 받았다. 고열이 나니 코비드 및 플루 테스트를 해주긴 했는데 양성이 나와도 약은 없다고 했다. 꿀물을 좀 먹이고, 고열 날 때 타이레놀만 먹이라고. 이럴 줄 알았다 미국 병원. 결과는 둘 다 음성이었다.

기침할 때마다 작은 몸이 들썩이는 게 참 안쓰러웠다. 한국이었으면 병원도 바로 가고 약도 이것저것 써서 아이를 편하게 해 줬을 텐데 싶다가, 약 많이 안 쓰면서 본인 면역으로 이기게 하는 게 더 좋은 거다 정신승리도 해봤다. 욕조 물놀이도 한 시간씩 하고, 기침사탕도 먹게 하고, 가슴에 vaporub도 발라보고, 배숙도 만들어 먹여보고 했는데 기침과 열은 오래갔다. 자다가 아이가 기침을 계속하면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눕혀 흔들어주다가 잠자는 숨소리가 들리면 안아서 침대에 눕히길 반복했다. 목요일 오후부턴 드디어 열이 안 나기 시작했고, 금요일부턴 가래를 뱉지 않았다. 밭은기침을 좀 하지만 밤에 깨지 않고 푹 잤다.

아이의 병구완(?)은 이렇게 끝이 났는데 2층에서 기침소리가 들린다. 사실 아이가 아픈 기간에 나도 목감기가 심하게 걸려 코로나인가 싶어 일주일 넘게 코를 찔러대다 다 나았는데, 두 명이 아픈 와중에도 멀쩡하던 남편이 드디어 감기에 걸렸다. 이제 다시 시작인가.





이 에세이는 브런치 작가 Mika 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brunch.co.kr/@mika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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