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 中에 뺏긴다고?…"우리 문화 널리 알리는 게 중요"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문화는 상호 교류 통해 공유"
"2년에 한 번 인류무형유산 등재, 효과 고려해야…문화 ODA 의미 커"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돌솥비빔밥을 중국에 뺏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뺏기는 게 아닙니다."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지방정부인 지린(吉林)성이 돌솥비빔밥을 성급 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만난 한 사무총장은 "(중국 지방 정부에) 일일이 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 문화, 한국의 것을 잘 알리면 될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오랜 기간 무형유산을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다.
198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으로도 일했던 그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쳤으며, 2020년 말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는 지린성이 2021년 '조선족 돌솥비빔밥 제작 기예' 등을 성급 무형유산으로 승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진행됐다.
한 사무총장은 '문화 침략', '문화 충돌' 등의 용어가 거론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이 채택되기까지의 논의 과정을 설명하며 "인류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사업이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은 맞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유산은 오랜 세월에 걸쳐 경계를 넘는 상호 교류와 창조적 변용을 통해 발전해온 것으로 집단과 시대에 따라 독특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많은 부분은 공유해온 것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그는 "개인이나 집단, 공동체가 소중히 발전시켜 온 무형문화유산이나 소수민족의 전통이 국가 위신을 높이는 요소로 선택되거나 강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총장은 우리 문화를 지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보호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 지침'에 따라 인류무형유산 심사는 한해 60건 이내로 제한되며, 전년도에 신청하지 않은 국가가 우선된다.
우리나라는 인류무형유산 22건을 올려 2년에 한 번씩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2년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등재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다른 국가의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에 끌려다닐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미칠 파급 효과를 고려해 등재 대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2015년 9월 '아리랑'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이래 '씨름', '김치 담그기' 등 다양한 공동체 종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무형유산 제도는 예능과 기능 중심으로 지정돼왔으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동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변화"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로 4년째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한 사무총장은 "항상 배고프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한 사무총장은 "좋은 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나라가 많다"며 이들을 돕는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유산을 등재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나라를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국익과 국격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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