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으로 본 질환 감별…심장 이상 체크가 첫 단추"
흉통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매년 9월 29일은 '세계 심장의 날'이다. 세계심장연맹이 심장 건강의 중요성과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대한심장학회 등에 따르면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이다. 따라서 갑자기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고 숨이 찬 증상을 경험한다면 심장에 문제가 생겨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걷거나 뛰기를 할 때 흉통과 호흡곤란이 발생했다면 무엇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기름때가 쌓이는 죽상경화증이 심해진 협심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마치 오래 쓴 수도관에 이물질이 끼는 것처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수일에서 한두 달 사이에 걸쳐 점점 더 증상이 분명해지고 증상이 호전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게 특징이다. 심지어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흉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몇 달째 반복해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을 경험하는데도 증상을 가벼이 여기고 제때 병원을 찾지 않다가 결국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후유증을 얻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장질환 전문 부천세종병원 김치훈 과장(심장내과)은 "움직일 때 악화하고, 멈추면 편해지기를 반복하는 앞가슴 통증이 있다면 다른 원인을 고려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심장 관상동맥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흉통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변이형 협심증'이 원인인 환자들도 있다. 관상동맥 자체에 경련이 일어나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질환이다.
이런 환자들은 음주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게 특징으로, 음주 후 술에서 깨는 새벽이나 아침에 가슴 통증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낮에 걸어 다닐 때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처럼 관상동맥의 문제가 아니라 심장 판막 질환이나 폐동맥 고혈압 같은 비교적 드문 심장 문제가 있을 때도 신체 활동 시 흉통과 호흡곤란을 경험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일단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경우 심전도, 심장 초음파, 핵의학 영상 검사 등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컴퓨터 단층 촬영검사(CT)를 통해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석회화 정도를 확인한 후 협심증을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협심증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병의 정도가 가볍다면 약물치료만으로도 흉통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상 동맥의 협착이 심하고, 이로 인해 흉통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관상동맥 중재시술(스텐트 삽입술)이나 다른 혈관을 이용해 막혀 있는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필요할 수 있다.
협심증의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따라서 평소 이런 위험 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가슴 통증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심혈관계 질환이 없어도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경험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운 탓에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경우, 고혈압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을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경우,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뚜렷한 빈혈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 등도 활동 시 이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식도, 척추, 갈비뼈, 대동맥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호흡곤란보다 흉통이 우선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대부분 신체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증상이 발생한다.
숨을 들이마시거나 내쉴 때 날카로운 느낌의 흉통이 가슴의 특정 부위에만 국한해 반복해서 나타나거나, 몸통을 구부리거나 펴거나 틀 때 흉통이 생기면서 때로는 등까지 결리듯 통증이 동반한다면 기흉이나 늑막염과 같은 흉막 질환이나 늑골연골염, 척추 질환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예컨대 앞가슴 한복판 갈비뼈 끝부분 연골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 산발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면 늑골연골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신체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앞가슴 특정 부위가 욱신거리거나 두근거리는 느낌을 띄엄띄엄 경험할 수 있다. 때로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듯하고, 쿡쿡 쑤시거나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신물이 올라오면서 가슴 한복판 아랫부분부터 시작해 목까지 타는 것 같은 뜨거운 느낌이 간간이 나타나면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흉통일 가능성이 크다.
역류성 식도염은 과식을 자주 하거나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을 지닌 비만인에게서 빈번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한쪽 가슴이 아픈데 기침이나 가래가 있으면서 열이 나는 경우에는 폐렴이나 결핵 등 감염성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한쪽 등과 같은 편 가슴에 띠를 두른 것 같은 영역에 날카로운 통증이 나타난다면 대상포진 신경통은 아닌지 감별이 필요하다. 이때는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의 피부에 물집이 잡혔던 적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골다공증이 심해 뼈가 약한 사람에게서 등이나 허리의 척추가 무너져 내리는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등부터 시작하는 가슴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 호전 없이 며칠 동안 지속할 수 있다.
급성 흉통이 있어 응급실에 오는 환자 중에는 고혈압을 오랜 기간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혈압이 크게 상승하면서 두통이나 흉통 등을 동반하는 고혈압성 응급 상황에 해당하는 환자들도 있다.
김 과장은 "일부 환자는 심장 문제와 함께 다른 문제가 복합적으로 섞여 흉통이나 호흡곤란의 원인을 감별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일단 흉통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생기면 증상의 원인을 혼자 가벼이 판단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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