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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밟았던 고통의 길을 그대로…영화 '하얼빈'

연예
작성자
KReporter
작성일
2024-12-18 06:05
조회
24

이토 히로부미 저격 여정 담아…사실적이고 건조한 연출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 등을 성공시킨 우민호 감독이 신작으로 '하얼빈'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이들은 "또 안중근 얘기냐"고 말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는 너무도 익숙한 독립운동가인 데다 히트 뮤지컬 '영웅'과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2022) 등 다양한 콘텐츠로 그의 이야기가 다뤄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얼빈'의 성패 여부는 대부분이 아는 스토리를 얼마나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할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 감독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구를 겨누기까지를 건조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내려놓는 대신 그가 밟은 고통의 걸음걸음을 생생하게 담았다.

안중근 캐릭터도 사뭇 다르다. 기존에 봐왔던 안중근이 뜨겁고 패기 넘치는 투사라면 '하얼빈' 속 안중근은 차가우면서도 인간적인 군인이다.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안중근(현빈 분)을 필두로 한 대한의군과 모리 다쓰오 소좌(박훈)가 이끄는 일본군 간의 전투 장면을 보여주면서 문을 연다.

함경북도 회령의 눈밭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들의 육탄전은 우리가 상상해온 영웅의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살기 위해 칼과 돌로 상대를 죽이고 진창에서 뒹구는 모습에 눈이 절로 질끈 감긴다.

대한의군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이 모리를 놓아준 게 빌미가 돼 습격을 허용하고 많은 대원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안중근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과 함께 거사를 도모하기로 다짐한 그는 이토가 도착할 예정인 하얼빈을 향해 떠난다. 여성 독립운동가 공부인(전여빈)도 이들을 돕는다.

로케이션 촬영 덕에 이 같은 과정은 매우 사실감 있게 그려졌다. 만주와 지형이 유사한 몽골과 옛 러시아의 건축양식이 남아 있는 라트비아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여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작비가 약 3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거대한 스케일을 보는 맛이 있다. 안중근이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는 장면은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 촬영됐고, 사막을 헤쳐 나가는 장면 역시 실제 몽골 사막에서 찍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등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한 스튜디오 XM2가 드론 촬영을 맡았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듄' 시리즈와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사용한 아리 알렉사 65 카메라로 전투신 등 주요 시퀀스를 촬영한 점도 눈길을 끈다. 1.90:1 화면 비율의 아이맥스(IMAX) 스크린에 최적화한 카메라로, 영상미가 살아 있다.

음악은 비틀스의 음악을 작업했던 영국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만들었다. 영화가 '때깔'이 날 수밖에 없는 최고의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 셈이다.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어두운 분위기와 단조로운 연출로 인해 영화적 재미는 부족한 편이다. 감동이든 통쾌함이든 관객의 감정을 끌어내야 하는데 자꾸만 그 전 단계에서 고꾸라진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등장인물 간 오랫동안 대화하는 장면이 많고 클로즈업은 거의 없어 다소 루즈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이나 김지운 감독의 '밀정'(2016) 등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이런 단점은 더 두드러진다. 우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로 얼마나 역사·스릴러를 잘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크다. 안중근이 이름만으로도 숭고함과 경건함이 느껴지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소재로 한 상업 영화까지 숭고하고 경건하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엔딩에서 안중근이 두만강 위에서 읊조리는 내레이션만큼은 혼란한 요즘 시국과 맞물려 관객에게 울림을 줄 듯하다.

어지러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영웅이기 때문일까. '하얼빈'은 개봉을 6일가량 남겨둔 18일 예매 관객 수 15만명을 돌파하며 연말연시 흥행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12월 24일 개봉.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영화 '하얼빈'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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