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회춘한 톰 행크스의 가족 연대기 '히어'
사카모토 유지의 타임 슬립 로맨스물 '첫 번째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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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어' 속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 히어 =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상을 휩쓴 명작 '포레스트 검프'(1994) 주역인 배우 톰 행크스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에릭 로스 각본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 리키(톰 행크스 분)가 마가렛(로빈 라이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만화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다.
스토리와 배우보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작품 전체에 적용한 할리우드 최초의 장편 영화로 주목받았다.
올해로 69세인 행크스는 영화 초반부 생성형 AI 시각효과 기술 '디지털 메이크업'을 통해 20대의 모습으로 회춘했다. 듀얼모니터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원본 영상과 디지털 메이크업이 적용된 화면을 비교해가며 촬영을 이어갔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리키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집 거실에 설치된 듯한 카메라는 고정된 앵글에서 리키와 마가렛이 청년부터 중년, 노년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이 지어지기 전 태초부터 공룡시대, 빙하기, 선사시대, 남북전쟁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장면도 중간중간 삽입됐다. 이 집을 거쳐 간 수많은 가족도 비춘다. 덕분에 인간은 드넓은 우주와 무한한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도드라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이 리키와 마가렛은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이 문제로 갈등을 겪고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과의 사랑이 이들을 지탱해주고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래도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하게 해준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작품이지만, 가족애라는 주제는 시대를 초월해 관객에게 울림을 줄 듯하다.
19일 개봉.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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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번째 키스' 속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첫 번째 키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2023)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쥔 사카모토 유지의 신작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등 멜로 영화에서도 일가견을 보인 그가 다시 한번 로맨스 영화를 스크린에 펼친다.
중년 여성 칸나(마쓰 다카코)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신비한 동굴을 건너 15년 전 청년 시절의 남편 카케루(마쓰무라 호쿠토)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나의 행복한 결혼'(2023) 등을 연출한 쓰카하라 아유코가 메가폰을 잡았다.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려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프 온리'(2004),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등 많은 작품을 통해 봐온 만큼 관객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첫 번째 키스'는 남편이 살기 위해선 자신과 사랑에 빠져선 안 된다는 사실과 자꾸만 그에게 끌리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별성을 꾀했다.
카케루는 20대지만, 칸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케카루 역의 마쓰무라는 30세, 칸나 역의 마쓰는 48세로 18살 차이가 나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내에게 출근 인사를 하는 것마저 어색해하는 중년의 카케루와는 달리 청년 카케루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순정적인 남자다. 너무 다른 두 모습에 칸나는 마치 남편을 두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설렘을 느낀다.
사카모토 각본가는 "이혼 위기를 맞은 중년 여자가 시간을 넘어 젊은 시절의 남편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이건 바람일까? 아니면 부부애? 부부의 이야기인데 제목이 첫 번째 키스라니 무슨 말이야?'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고 가슴 설레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전했다.
26일 개봉.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