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테 샬라메가 부르는 밥 딜런 명곡…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포크 록으로 전향하는 청년 시절 그려…오스카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84)은 음유시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로 꼽힌다.
섬세하고 철학적인 가사로 빼곡한 그의 노래는 음악을 문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6년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한때 '유다'(Judah)라는 멸칭이 따라붙었다.
포크 음악계의 상징과 같던 딜런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음악에 넣자 팬들이 "포크를 배신했다"며 그가 예수를 저버린 제자 유다나 다름없다고 질타한 것이다.
하던 대로만 하면 승승장구 앞길이 보장됐던 딜런은 왜 굳이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이런 도전을 택한 걸까.
딜런의 청년 시절을 담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당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딜런이 대중에게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1961년부터 1965년까지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그가 포크에서 포크 록으로 음악의 방향을 틀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야기는 미국 미네소타에 살던 열아홉살 딜런(티모테 샬라메 분)이 뉴욕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우상이자 포크 음악의 거장 우디 거스리(스쿳 맥네이리)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자작곡 '송 투 우디'(Song To Woody)를 들려준다.
거스리와 함께 노래를 들은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턴)는 딜런을 음반 업계 관계자들에게 소개한다. 그러나 앨범을 다른 가수의 커버 곡으로 채우라는 말에 딜런은 크게 실망하고, 여자친구 실비(엘 패닝)와의 관계도 악화한다. 심기일전한 딜런은 "너의 이야기를 노래하라"는 실비의 마지막 조언에 따라 불안한 사회 속 감정을 담은 노래들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스타덤에 오른다.
흥미로운 점은 실존 스타를 다룬 영화 대부분이 성공과 실패, 재기에 이르는 3단 구조로 이뤄진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엄청난 실패를 맛보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딜런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인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팬들은 딜런이 계속해서 포크 음악을 하기를 바라지만, 딜런은 새 시대에 맞는 자기만의 독창적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타인이 바라는 내 모습과 내가 바라는 내 모습 사이에서 갈등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딜런은 결국 안온한 길을 버리고 험로를 개척하기로 한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딜런이 관객의 야유를 받으며 일렉트로닉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그의 반항적이고 혁명적인 결심이 돋보인다. 실제로는 영국 맨체스터의 프리 트레이드 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포크 음악 축제로 배경을 옮겨 스토리를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포크 록의 시작을 알린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을 비롯해 조앤 베이즈(모니카 바바로)와의 듀엣곡 '잇 에인트 미, 베이브'(It Ain't Me, Babe),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등 딜런의 명곡 20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단순히 음악을 삽입한 게 아니라 스토리에 따라 음악이 가미돼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샬라메는 녹음된 음악을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하려던 제작진을 설득해 모든 공연 장면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했다. 딜런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와 음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창법까지 뛰어나게 모사했다. 뉴포트 공연 시퀀스는 22분간 이어진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만하면서도 재치 있고, 냉소적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뜨거운 감정 연기 또한 훌륭하게 해냈다. 영화가 시작하고 몇 분만 지나면 딜런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딜런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다.
샬라메는 캐스팅 후 5년 넘게 이 역할을 위해 딜런을 연구했다고 한다. 공연과 인터뷰를 보며 자세, 목소리, 창법, 음악 등을 공부했다.
그는 이 역할로 다음 달 열리는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샬라메가 트로피를 가져갈 경우 역대 최연소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26일 개봉. 141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