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40%, 사용 후 의도적 반품…사실상 “빌려쓰기” 지적도
미국에서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한 뒤 사용하고 반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빌려 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 서비스 업체 렌딩트리(LendingTree)가 미국 소비자 1,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품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명 중 4명(39%)이 고의적으로 사용 후 반품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제품이 손상되거나 반품 기한을 놓칠 경우 되려 손해를 볼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에 따르면 고의적으로 사용 후 반품한 소비자 중 37%는 이를 자주 한다고 답했으며, 73%는 최근 6개월 이내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이 반품된 품목은 의류 및 액세서리(47%)였으며, 전자기기 및 가전제품(43%), 주방용품(36%)이 그 뒤를 이었다.
렌딩트리의 수석 소비자 금융 애널리스트 맷 슐츠는 이러한 방식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반품하려 했지만 와인을 쏟는 바람에 그대로 떠안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며 “이런 경우 원치 않는 물건을 계속 보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비용 부담까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품 행태가 소매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소비자들이 사용한 물품을 의도적으로 반품하는 것을 업체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다만, 이 같은 행동이 장기적으로 반품 정책과 가격 책정, 재고 관리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령대 및 가구 형태별로는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56%)와 밀레니얼 세대(29~44세, 49%),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48%)의 소비자층에서 사용 후 반품 비율이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38%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 후 반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품 방식으로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우편으로 반품하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으며, 32%는 매장을 직접 방문해 반품했다.
한편, 많은 소비자는 반품이 번거로운 과정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44%는 반품 기한을 놓친 경험이 있으며, 58%는 반품이 귀찮아 원치 않는 물건을 그냥 보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서는 53%가 반품 기한을 놓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슐츠는 “반품 기한이 짧거나 일정이 바쁠 경우 반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가격이 높은 제품의 경우 반품 기한을 놓치는 대가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39%), 식료품점(25%), 의류 매장(14%)의 반품 정책이 가장 관대한 것으로 평가했으며, 명품 브랜드 매장이 가장 엄격하다고 답한 비율이 41%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57%는 제품 구매 전 매장의 반품 정책을 꼼꼼히 확인한다고 답했다. 슐츠는 “어떤 이유로 반품하든 사전에 반품 규정을 숙지하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사용 후 반품을 대신할 대안으로 대여 서비스 이용, 중고 제품 구매, 신용카드를 활용한 결제 방식을 제안했다.
슐츠는 “특정 행사나 일회성 용도로 제품이 필요할 경우 대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으며, 중고품 매장을 이용하면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반품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일부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의 경우 반품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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