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2

봉사 활동, 제대로만 하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는데... (안타깝)

Author
Lettuce Learn
Date
2025-04-10 17:53
Views
68

안녕하세요 제이강입니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중요한 요소들이 많은데, 크게는 딱 떨어지는 수치로 드러나는 quantifiable data와 정량화될 수 없는 non-quantifiable data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량 요소들은 사실 이해하는 데 있어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마침 ‘라떼’ 대한민국의 입시가 순전히 수능 점수 순이었다보니, 학부모 입장에서 “점수”의 개념에는 익숙하고, 그런 입장에서 일단은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는 식으로 고려해도 크게 리스크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과정에서 어떤 과목들을 들었는지는 최대한 “빡센” 수업으로 채웠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학생이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는 제 발등을 찍는 경우가 되기도 하지만, 학점이나 SAT 점수 같은 것은 높아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Non-quantifiable 요소들에 있습니다. 

원서에 넣어야 하는 에세이들이라던가, 선생님들에게 받아야 하는 추천서들이라던가, 교내 리더십이라던가, 예체능 및 학과외 활동 등이 다 이에 해당하는데, 이 요소들은 어떻게 수치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어떠한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 건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 건지를 잘 모르고, 그러다보니 결국 “모르겠지만 일단 많이 시켜보자”는 방향으로 아이한테 ‘토스’하게 되기 쉽습니다. 흔한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은 ‘봉사 활동 (volunteering)’은 얼만큼 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50시간

B. 100시간

C. 200시간

D. 500시간

 

 

죄송하지만, 사실 정답은 이 중에 없습니다. 정답은 “그런 거 없다”입니다.

미국 대학교는 입시에 있어서 봉사활동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OO시간을 해야 한다’는 기준도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 봉사 활동 시간 채우기에 몰두하십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봉사 활동 채웠으니 할 거 했다’고 생각하십니다. 대부분 그 결과는 애매한 단체에서 청소나 어린이 교실 TA 같은거 시켜주는거 하고는 ‘봉사 시간 확인증’을 받아오거나, 모국에 있는 기관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영어나 수학 가르치는 과외를 열심히 하기도 합니다. 동네에 있는 도서관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해주는 경우면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은 엄청나게 큰 리스크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말씀드린 대로, ‘입시 전략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의 관점에서는 도긴개긴 별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나 ‘봉사 시간 확인증’은 입시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출할 가치가 전혀 없는 자료입니다. 조금 독하게 말하자면, 발급 기관 좋은 일만 해주신 겁니다. 몇시간 기록했느냐에 따라서 차등으로 주는 상 같은 것도 입시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흔히 활용되는 입시 원서 플랫폼인 커먼앱 (Common App)에 봉사 활동 관련 내용을 기입하는 곳에는 평균적으로 1주일에 몇시간을 들였는지, 1년에 몇주 정도를 들였는지 정도의 수치를 입력할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이는 총 ‘시간’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총 ‘기간’을 보기 위함이라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그러니 ‘총 시간’에 집중하는 것은 학생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그야말로 허투루 쓰는 꼴이 됩니다. 막상 원서 제출할 때 되어서 카운셀러에게 봉사활동 확인증 보여줘봤자 쓸 데도, 제출할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치보다는 그 외의 ‘설명’이 훨씬 중요합니다. 아래 스크린샷에서 보시듯, 50자 내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요약하고 150자 이내로 어떠한 결과물을 냈는지를 정리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내가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게 전체적인 입시 내러티브에 의도한 대로의 임팩트가 있게끔 기획해야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 '아, 얘가 이러이러한 걸 한 거구나'라는 걸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핵심이죠.

<커먼앱 해당 화면 스크린샷>

 

둘째, 미국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정신에 위배되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미국은 근본적으로 철저하게 자본주의에 입각한 나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에 공헌하는 것’에 대한 ‘리스펙’이 엄청나게 큽니다. 그래서 군인이나 소방관 등을 영웅으로 치켜주고,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덕목으로 여기며, 커뮤니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아주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개념으로 여깁니다. (가깝게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스포츠 코치니 임시 교사니 필요한 인력이 있으면 학부모들이 발벗고 나서서 채워주는 것을 보신 적이 많으실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수록 비영리기관에 이사진 (Board of Directors)으로서 재능 기부를 많이 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이며,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른 ‘이너서클’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평생을 살아온 입학담당관들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억지스러운, 혹은 진실되지 않은 봉사활동은 패턴이 대동소이해서 굉장히 쉽게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런게 보일 경우 순식간에 ‘비도덕적’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좋습니다. 점수를 허위 기재했거나, 학문을 표절한 적이 있는 등 그야말로 ‘아웃’되는 지원자들과 섞여서 취급되게 되는 것입니다. 위선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고, 항고할 기회도 딱히 없으니 그저 딱하게 될 뿐입니다. 

 

 

그런데, 사실 마음은 백번 이해가 갑니다. 가고도 남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대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직접 자라며 겪어본 경험이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를 뿐 아니라, 특히 이민 가정처럼 지역에 정착한 지 오래 되지 않은 경우라면 더더욱 네트워크, 혹은 ‘연줄’이 없어서 찾고 싶어도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다양한 국가에서 이민 온 학부모님들과 면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저는 여기서 자라지도 않았어서 아이한테 어떻게 해줘야 할지 조차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저도 항상 똑같이 대답합니다.

"당연한 일이고 흔한 일이니 염려도, 자책도 하지 맙시다."

 

제가 Willows Preparatory School에 처음 합류했을 때 가장 크게 해소하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 또한 사실 이 부분이었습니다. 외국계 학생이 굉장히 많은 학교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업적으로 굉장히 우수하고 개개인의 포텐셜이 굉장히 뛰어나지만, 반면에 지역적인 네트워크가 굉장히 약한 편이고 주변에 가이드가 없다보니 (또 학교 자체의 규모도 작다보니)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경험이 거의 없더라구요. 어느 사회나 그렇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사회에 나서서 기여하고자 하는 자세가 없으면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도 공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나섰습니다. 학부모회와 부지런히 연계해서 지역 네트워크들을 소개 받았고, ‘사립 학교의 디렉터’라는 직위를 다분히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비영리기관 (non-profit organizations/NPO)들과 교류하면서 Willows Prep이라는 커뮤니티를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협업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는 귀한 리더십 기회들을 직접 만들어주는 일이고, 그 NPO들에게는 기존에 접근한 적이 없는 블루오션 학생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임을 설득하고자 했습니다.

저희 학교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덕분일까요, 다행히도 저희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여러 NPO와 파트너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우수한 학생 여럿이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 등의 유력 기관에서 ambassador로 활동하면서 멋진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University of Washington이 직접 파트너로 개입해 있는 NPO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활동을 시작한 저희 학생들이 입시때가 되어 UW에 지원한다면 이 경험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지 굉장히 기대됩니다. 

<지난 3월 22일 Gates Foundation Discovery Center에서 있었던 Teen Action Fair에서 활약하는 제 학생을 응원하러 갔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 센스 정말... 하아...)>

 

세상을 앞으로 이끌게 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보면, 좋은 대학교에 좋은 조건으로 진학할 수 있게 돕는 것은 그저 기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탑티어 대학교에 장학금 받고 갈 수 있게 되는 것도 정말 기쁜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진짜 ‘큰 무대’에서,

인종과 성별과 배경을 초월해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청소년 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류하며

그릇에 걸맞는 사이즈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싶습니다. 

 

 

그런 근사한 청소년 리더들 사이에 한국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제이 강은 레드몬드 소재 엘리트 IB 학교인 Willows Preparatory School 에서 Director of College Counseling 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온라인 테스트프렙 서비스 Lettuce Learn의 대표로 역임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AT 주관사인) College Board의 Asia 지부 Strategic Advisor로서 역임한 제이 강은 현재 Study.com의 SAT Advisor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문의 사항이 있으신 분께서는 주저 없이 아래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카톡: lettucelearn
  • 이메일: jay@lettucestudy.com
  • 문의 Form: >> Li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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