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국산품 쓰겠다"…中소비자 자신감 속 기업은 냉가슴
"미국산 쇠고기 2만7천원서 6만원으로 오를 것"…미리 사두는 소비자도
"반도체 등 설비 투자 힘들어질것" 업계 우려도…관영매체는 美혼란 강조

14일 중국 베이징의 창고형 마트 샘스클럽
[촬영 정성조]
"물건값이 비싸진 느낌이에요. 물가가 올라도 질이 좋은 수입품은 예전처럼 구입하겠지만 아무래도 전보다는 덜 사겠죠. 이런 때는 국산품을 많이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14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 외곽에 있는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마트 샘스클럽.
수입 식료품을 실은 대형카트 두 대를 남편과 함께 밀던 40대 중국 여성 둥모씨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을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
월요일 아침 시간임에도 매장 안은 북적였고, 미국산 쇠고기와 유제품 가격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물건을 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 마트의 어느 회원은 135위안(약 2만7천원)짜리 훠궈(샤부샤부)용 미국산 쇠고기 1.2㎏을 카트에 담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 관세로 이 쇠고기는 앞으로 300위안(약 6만원)이 될 것"이라며 "값이 쌀 때 몇 팩 사둬야 한다"는 '팁'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이날 베이징 매장에 진열된 쇠고기 가격은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부 수입 가공식품은 값이 올랐다고 쇼핑객들은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미국산의 대체재가 많은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쇼핑객은 "(관세 전쟁에) 그다지 영향받지 않는다"며 "평소에도 수입품을 많이 사진 않았는데 앞으로는 더 적게 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창고형 마트
[촬영 정성조]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145% 추가 관세에 자국이 125% 관세로 응수한 뒤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혼란스러운 관세 인상 분위기와 중국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대조하는 한편, 미국산 수입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얼마든지 대체재가 있다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베이징 번화가의 애플 매장 앞에서 중국 청년들이 "(아이폰 가격이 올라도) 중국 브랜드를 쓰면 된다"고 말하는 인터뷰 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퍼지자 샤오미, 비보, 화웨이 등 중국산 휴대폰이 아이폰보다 우수하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중국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른 관영매체 인터뷰 영상은 "관세 전쟁의 피해는 미국이 더 클 것", "국가 정책에 믿음이 있고 우리 인민은 민족 기업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극복 가능하다" 등 언급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자신감은 미국 정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뒤 더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대변인 명의로 "이것은 미국 측이 일방적 상호관세라는 잘못된 처사를 수정하는 작은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상호관세 전면 취소를 촉구했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중국의 대응(관세 인상) 이후 미국이 내놓은 일련의 소식은 매우 혼란스럽다"면서 "미국의 정책 결정이 조변석개해 전 세계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대체 계획이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리 모양을 한 우스꽝스러운 변기 세척용 솔이 '이우(저장성의 무역 중심지)의 복수'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인기를 끌어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의 월마트 수입품 코너
[촬영 정성조]
다만 관세 전쟁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는 거의 사업을 하지 말라는 정도의 관세"라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업체들도 설비 투자와 생산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는 미국에서 생산 장비를, 중국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미중 양국이 서로를 향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이므로 양국을 비롯한 국제 공급망을 활용해온 기업들로서는 몇 배의 비용을 추가로 감당해야 할 수 있다며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을 틀어쥐면서 해외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중국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해온 애플이 생산 비중을 해외로 옮길 경우 중국에서는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타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양국 경제는 긴밀히 연관돼있다"면서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혼란'을 결코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제공 (케이시애틀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