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어느덧 30년 차 배우…제 인상 깨부수는 것도 재밌죠"
'하이퍼나이프' 속 살인마 의사 정세옥 맡아…"덕희가 세옥을 울리는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저는 스스로를 규정짓거나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저라는 사람에게 가진 인상을 깨부수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고요. '하이퍼나이프' 역시 안 해 본 장르, 안 해 본 느낌이라서 선택했죠."
배우 박은빈은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만나왔다.
'연모'(2020)에서는 남장을 한 왕으로 분했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1)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에서는 자폐스펙트럼 변호사, '무인도의 디바'(2023)에서는 가수가 됐다.
이번에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천재 의사로 변신했다.

배우 박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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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은 "(전작) '무인도의 디바'에서 햇살같이 긍정적인 캐릭터를 맡았기에 반대 성향의 캐릭터에 끌렸던 것 같다"며 "대본에서 '의사인 주인공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로그라인(한 문장으로 요약된 줄거리)을 보고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간 선하고 바른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였기에 종잡을 수 없는 살인마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관심이 많이 모였다.
박은빈이 연기한 '하이퍼나이프' 속 정세옥은 냉혹한 살인마이자 천재 의사지만, 때로는 아이처럼 생떼를 부리기도 하고 화를 못 참아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전공한 심리학을 발판 삼아 정세옥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다고 박은빈은 설명했다.
그는 "DSM-5(정신질환 진단및통계 메뉴얼-5)에서 정의한 반사회적 성격장애 기준을 참고했다"며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무감정하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관심이 없는 것과 무감정한 것은 별개의 의미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성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내내 미쳐있었던 것 같다"며 "특히 마지막에 경찰을 살해하고 최덕희(설경구 분)를 만나는 장면은 이틀에 걸쳐 찍었는데 세옥이의 사투기도 했지만, 박은빈의 사투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많은 해석을 남긴 세옥과 덕희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가두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마음"이라고 해석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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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본에 '암전 위로 헨델의 아리아 '나를 울게 하소서'가 시작된다'는 오프닝 지문이 있었다"며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덕희가 세옥을 울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그게 이 이야기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은빈은 올해로 어느덧 데뷔 30년 차 배우가 됐다.
1996년 만 4세에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백야 3.98'(1998), '명성황후'(2001), '태왕사신기'(2007)에서 아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아역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성공적으로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박은빈은 30년 차 소감을 묻는 말에 배우가 자기에게 맞는 직업 같다는 결론도 내렸다.
"이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내 궁극적인 목표가 배우는 아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늘상 스스로에게 물었거든요. 여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낯설고 어렵지만, 그래도 심장이 뛰어요. 이제는 배우가 제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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