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봄에도 ‘냉기’…3월 기존주택 판매 5.9% 급감
미국 주택시장이 봄철 성수기에도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3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5.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최대 월간 감소폭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4월 24일(목) 발표를 통해, 3월 기존주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로도 2.4% 줄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 침체는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며, 최근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과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은 “고금리로 인한 주택 구매 여건 악화로 3월에도 주택 거래가 부진했다”며 “주택 이동성 저하는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지적했다.
3월 미국의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0만3,700달러로, 전년 대비 2.7% 상승하며 3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은 2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매물 증가와 거래 둔화로 상승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주택시장은 팬데믹 이후 급등한 금리와 역사적 수준의 매물 부족으로 인해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약 7% 수준에서 고착화되어 있고, 이는 구매력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최근 일시적인 금리 하락 시기를 노리고 매수자들이 움직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미국 내 소비심리는 1분기 들어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소비자들의 지출 억제가 주택과 같은 고가 상품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레드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4%가 대형 소비 계획을 취소했으며, 32%는 당분간 지연하겠다고 답했다.
주택시장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관세 리스크’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관세는 목재·콘크리트 등 건축 자재의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주택 건설 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신규 주택 건설을 위축시키고 공급 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3월 단독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14.2% 급감했다. 미국주택건설협회(NAHB)는 "높아진 자재비용으로 인해 입문자용 주택 가격을 낮추기 어렵고, 수요도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기존주택 재고는 전월 대비 8.1% 증가하며 총 4개월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수요와 공급 균형을 이루려면 5~6개월치 재고가 필요하다.
2월 평균 42일이었던 주택 매물의 시장 체류 기간은 3월 들어 36일로 줄었으나, 여전히 거래 속도는 느린 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선 금리 인하와 재고 확대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당분간 뚜렷한 반등세를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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