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들, 계엄때 "뭘 체포하나?" "국회서 누구 체포하겠냐"
경찰 수뇌부 재판서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영등포서 형사과장 통화 재생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하셨어요"·"이상한 거 시키려 해" 발언도
법정 향하는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4.29 dwise@yna.co.kr
계엄 당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국군 방첩사령부 체포조를 언급하며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9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진행했다.
검찰은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과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작년 12월 3일 밤 두 사람이 대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통화에서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보낼 거야. 현장에서 방첩사 2개 팀이 오는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 형사 5명이 필요하다"며 현장에 보낼 형사 명단을 요구했다.
이어 "경찰 티 나지 않게 사복 입어. 형사 조끼 입지 말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박 전 과장이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 체포하겠냐"며 "넌 또 왜 이런 때 영등포(서)에 있니? 빨리 명단 줘"라고 대답했다.
경찰이 방첩사의 국회의원 체포 목적을 알고서 국회에 투입할 경찰 명단을 요구했으리라고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12월 4일 박 전 과장이 이 전 계장에게 "선배님,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셨어요", "이상한 거 시키려고 하셨으면서"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이 전 계장이 "이상한 거 시키려고 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지원을 해달라고 했으니까 그런 거였지"라고 말하자 박 전 과장은 "하지 말라고 했어야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박 전 과장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검사가 '국회로 가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시민들이 많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질서유지 상황…어쨌든 계엄이 발동된 상황에서 집단 폭동 이런 거를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통화 녹음에서 이 전 계장이 '누구 체포하겠냐'고 되묻자 박 전 과장이 크게 한숨을 쉰 데 대해선 "그 (소수의 경찰) 인원으로 많은 인원들 사이에서 체포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 활동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그 상황이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한숨 쉬었다"고 말했다.
검사가 '체포조가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 체포하라고 할 거라고 해서 한숨 쉰 건 아니냐'고 묻자 "정보 들은 게 없고 내용 유추하거나 예측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조 청장과 윤 전 조정관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에서 당시 통화 내용에 대해 '경찰은 체포 활동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방첩사를 안내한다'는 뜻이 아니냔 취지로 묻자 박 전 과장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이 '안내하는 데 강력팀 형사가 10명이냐 필요하느냐'고 묻자 박 전 과장은 "형사가 외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형사를 선택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박 전 과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계장은 비상계엄 당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이 경찰 지원 인력을 요청하던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이 전 계장은 "방첩사에서 '국회로 체포조가 출동하는데 국수본에서 인솔하고 같이 다닐 사람을 지원해달라'고 했는데 야간에는 국수본 근무자가 없어 '꼭 국수본이 가야하는 거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냥 경찰이면 됩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계장은 당시 방첩사가 누구를 체포하러 간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국회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이라며 "국회의원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선 비상계엄 당시 영등포서가 서울청으로부터 유치장을 준비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박 전 과장은 이에 대해 "(계엄 상황이) 끝나고 듣기로는 대규모 피의자 체포, 인치 상황 있을 때 대비해서 유치장을 준비해두라는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과 군사법원에서 재판 중인 군 관계자들 증인신문조서, 비상계엄 관련 국회 국정조사특위 회의록을 증거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우선 오는 10월 말까지 경찰 수뇌부 내란 사건의 공판기일을 지정해뒀다. 다음 달 21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선 이 전 계장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상계엄 선포 뒤 출입 통제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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