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차한잔의 사색 3 - "세상에서는 우리를 저능아라고 부를지라도"

작성자
손승호
작성일
2007-02-05 00:04
조회
3358
                                     세상에서는 우리를 저능아라고 부를지라도





                                                                                                     



    내가 교사로 발령을 받고 출근한 첫날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 싶었는데… 나로 하여금 교사가 되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하면서 6교시까지는 잘 진행 되었고 7교시 마지막 수업이 시작 하기 전이였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내가 교실로 걸어가고 있을 때 교실에서 책상, 걸상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쪽 구석에서 한 소년이 다른 소년을 마루바닥에 눕혀 때리려 하고 있었다.



“야 이 저능아 놈아!  내가 네 누이동생을 어쨌다고  야단이야?” 밑에 깔린 소년이 외치자,

  

“너 내 동생 근처에만 가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꺼야!” 위에서 올라탄 소년이 외쳤다.





    아이들을 말리고 자리에 앉혔다. 14명의 눈동자가 모두 내게 쏠리고 있을 때, 다른 동료 교사가 들어오면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담임인 나를 제치고 소리를 지르니 순간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나름대로 아이들을 이해 시키고 가르치려고 했는데.. 그 선생님이 나가고 두 아이를 불렀다.



    ‘마크’라는 학생이 대뜸 “선생님 쓸데 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 우리 같은 저능아들은 타일러 봤자, 소용없을 겁니다.” 대꾸하고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않고는 교실을 나가 버렸다. 너무 기가 막혀서 나도 내 책상에 그저 머리를 파묻으며,



“오 하나님 이처럼 무능한 제가 어떻게 교사가 될 수 있습니까?”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면 나처럼 능력 없는 교사는 빨리 그만 두어야 할까? 일년만 참아 보다가 그 후에 결정을 해야 할까?



    아까 그 옆 반 선생님이 다시 와서는 내게 충고를 해 준다.

  “이 아이들은 구제 불능인데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해서 그럽니다. 내가 그토록 헌신적으로 애를 썼는데도 작년에는 우리 학년 전체에서 겨우 14명 만이 졸업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묻자 곧 그가 대답하였다.

    “이곳 아이들은 대개 움막집 같은 곳에 살고 부모님들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날품팔이 생활들을 하고 있지요. 학교는 늘 결석하다가 가끔 들리는 정도입니다. 이 아이들이 또 문제를 일으키면 제 교실로 보내세요 제가 처리해 드릴께요.” 이렇게 충고를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저능아들은 소용 없을 겁니다 라고 말하는 마크의 그 표정은 내게는 너무나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좌절 속에서 자포자기 하고 사는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다음날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며 칠판에 ECINAJ 라고 쓰고는 내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이게 바로 내 이름이야 너희들 발음할 수 있겠니?”  내가 묻자 모두가 참 이상한 이름이라면서 깔깔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다시 칠판에 JANICE라고 쓰고는  “그래 내 이름은 JANICE 란다.” “나는 소위 말하는 학습능력 부적격자라고 해서 저능아로 태어나서 저능아만 다니는 학교를 다녔단다. 이처럼 내 이름 철자도 되는 데로 썼고 간단한 덧셈, 뺄셈을 하지도 못했고 … 그래 세상에서 말하는 저능아 였어!”



     “그런데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요?” 하고 한 학생이 물었다.  



     “나는 저능아라고 불리 우는 것이 너무 싫었어. 열심히 공부해서 이런 수치스러운 멍에를 벗어 버리고 싶었단다. 우리 학급 모두가 이제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야만 해. 만일 너희들이 ‘저능아’라는 딱지를 계속 달고 다니고 싶으면 우리 학급에는 맞지 않는 것 같구나. 우리 학급은 저능아를 받아 줄 수가 없으니 말이야.” “너희가 공부를 착실히 해서 모두가 졸업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때가지 나도 너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너희들 앞에 굳은 약속이야. 우리 학급에서는 저능아라는 용어는 전혀 용납할 수 없다.” 나의 단호한 말에 아이들이 모두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나고 아이들의 학업 분위기가 전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던 어느날, 마크가 내게 와서 말한다. “선생님!, 사람들이 말하는데 우리의 말버릇은 여전히 저능아 수준 이하라고 해요.” 내가 기다렸던 말이 였다. 그들에게는 바른 문법을 배워야 할 때 가 된 것이다.



       학년말이 되면서 나는  결혼과 동시에 다른 주로 전근을 떠나야 하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날 교장선생님이 내게 오셔서는 “선생님 교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말씀하셨다. “또 문제가 생기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복도 이곳 저곳에 꽃들이 넘실거리고 학생들 책상마다 작은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이 가난한 아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했을까? 저들은 먹는 것 조차도 부실한 아이들인데..” 왈깍 눈물이 쏟았졌다.



       주말에 꽃가게에서 일하는 마크가 주인에게 말씀 드려 시들어 버리는 꽃들 과, 장의사에서 남은 꽃들을 얻어온 것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과 가난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자로 남아 있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내가 맡았던 14명이 모두 졸업을 했고 6명은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 하였다. 28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등학교에서 여전히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 동안 마크는 대학에서 만난 여학생과 결혼하여 성공적인 사업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우연하게도 3년 전에 마크의 아들이 내가 가르치고 있는 10학년 영어학급의 학생이기도 했다.

       가끔 내가 첫 교사로 등교했던 날을 떠올려 본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사람을 입으라 (옙 4:22-24)





A 2nd Helping of  Chicken Soup for the Soul 중에서

                 “We’re the Retards”  by Janice Anderson Conn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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