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s k y 2012.06.02 19:47 조회 수 : 6091


하얀  세상, 단색이 주는 미 또한 아름답다.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한  세상천지를 바라다 보면,

왠지 모를  정화의 의미가  되새겨 진다.


세상 모든 고민과 번뇌와 염려와 기우가

모두 한데 휩쓸려서

거대한 바다의 큰 파도에 겹겹이 실려

저 망망대해로 사라져 버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상념을 한번쯤은 해 본다.


방금 내어 다린 그윽한 자스민 차의 향기가

힘겹게  향로의 주둥이에서 빠져나와

이곳 저곳 밀치고 다니며 주유를 하니,

 

한동안 비워뒀던 ,혼탁하고 오염된 케케한

서재의 묵은 곰팡내음들이 튕기듯 솟구쳐 어디론가

멀어져 간다.


차 한 모금을  향음하여 음미하니 문득,

시공의 한 가운데에  느긋이 안주하고 있는

나태하고 궁상낀 내 마음의  잡념의 찌꺼기가

엉킨 실타래 처럼 이리 저리 엉겨 뒹굴고 있다.

 

언젠가는  인생의 종말을  고하여야 할 때가 오겠지만,

누구한테 고하며 떠날 필요까지 있을까?

                                                     의문이 든다...

 

 

 


홀로 왔다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또 홀로 가야만 되는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삶의 시작은 내가 아닌 부모에 의해 결정 되었으나,

종말의 순간은  순전히 내가 홀로 짊어지고 가야할

길이란 걸 알고 난 후 부터는,


외로움과 허무란 놈이  늘 주위를 맴돌며  혼란과

방황을 일으켜 세운다.

 

세월의 무게 만큼 지혜도 함께 따라서 밝아 질 줄 알았더니,

고작 깨닫게 되는 것이 흔적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 유,유, 무,무, 하다가

속절없는  인생의 덧 없음을  세상에 남겨둔 채,


정들었던 모든 이들과 또한  그간 살아 오면서

내 자신 보다 더욱 아끼며  애정과 사랑으로

대하며 배려하며 ,보살피며 살아왔을까?

 하는 자문과 함께. ,


많은 세월을  묵묵히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사랑했던 가족들.. 친우, 지인,다정했던 이웃들..


그리고  삶의 도구로, 필요로, 재미로 애용하였던

컴퓨터를 비롯한 그간 내 손을 거쳐간   많은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을 뒤로 남기고 떠나면서 ..

 

정말 미련없이 훨훨 공공무무 하면서 

볍씨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저 높은 곳에  부드럽게 다다를 수 있을까?


아님 떠나가는 마당에 까지도

근심과 걱정을 줄줄이 묶어

메주 동여메듯 주렁주렁 달아 처마에 걸어놓 듯,
 

긴 한숨  내쉬며  힘들게 뒤안길을

미련으로 가득 가득  바리바리 채우며

저 높은 곳에  그렇게 힘들게 다다르게 될까?


눈을  감는 순간에 천상과 지상의 갈림길이 다시

내 앞에 놓여지게 되면,

그 땐,


다시 이 풍진 세상을 그리워 하며 되돌아 와야 할까?

아님, 본향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내 집으로 영원히 귀의해야할까?


육신의 지주인 영혼의  부여와 소환은

철저한 신의 소관영역이지만,


흩어지려는 혼백을 추스리며  아둥바둥

안간 힘을 다하면서,

주어진 생에 집착과  열성을 다하는  미련은 

인간의 소관이런가?,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떠나는 순간이 참으로 맑고 고운  순백의

길이 되었으면.

 

홀로 가더라도 결코 부끄럽거나

외롭지 않은

그런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설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