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시

케이시애틀 연재 에세이 시리즈:

38살, 박사 유학을 떠나다 | 될 때까지 하는 영어 회화 도전기 | 미운 오리 문과생 치과 의사 되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 교사 (완결) | 시애틀로 간 백미와 현미 (완결) | 나의 첫 포틀랜드 (완결)

산책

에세이
에세이
작성자
rainrain
작성일
2019-06-20 10:56
조회
622

   친우에게


 


낮을 끌고 바람이 간다


머리에 이고 앉은 하늘로 물에 푼 푸른색이 떠 다니고


연못에 흩어진 낙옆은


세상을 버린 부유물처럼 어지럽게 고요하다 


 


 


문득 발소리에 잿빛 두루미가 날아오르고


물속으로 코가 보이는 수달은 빼꼼한  표정으로


삶의 거리를 재고 있다


 


 


언제인가


빈 나무를 찍어대던 딱따구리의 소리가


내 머릿 속을 흔들어 댄 텅빈 소리로 돌아오고


나는 빈 소리를 따라 빈 시선을 물 위로 두고있다


 


 


 


 


난 얼마나 늙어 있는 것인가


나이를 먹으며 현명해 지는 사람들은


현명해 진 만큼 말이 순해지고, 표정이 인자해진다


전혀


순해 지지않는 말투와 아직도 세상이 더러운 내 얼굴의 인상은


다만 늙어갈뿐, 현명해 지지 않았음이 맞는 것같다


 


 


늙어가면서


사소한 것에 대해


눈을 주고 시간을 주려 하는 것은


산다는 이유로


여태껏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때문이다


 


어느 들풀 하나 소홀하게 피지 않는다


잠시 눈을 돌린틈, 길게 자란 풀 끝에 조그만, 조그마하다 할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꽃을 단다


눈을 주는 순간, 꼭 같은 꽃은 작고 작은 모양들로 여기도 숨어있고


저기도 숨어있다


그 많은 색깔의 이름으로도 딱히 색을 지칭할 수 없는 색으로 작게 피어있다.


이렇게 60년을 피고 지고 했을..


 


나는 이제사 핀 꽃을 본다


 


현명하지 못한 늙음은


오히려 내게 미안함으로 시간을 내어주고 게으름 같은 느린 걸음을


준다


 


 


나들이로 다니는 산책


현명하게 나이 들지 못한 미안함에도


나무 속에서 숲을 이룬 당연한 이름에도


개미도 되지 못하고, 베짱이도 차마 못되는


걸음으로


다만 미안함으로 걷는다

전체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604

캐나다 1년 살기] 해외살이가 익숙해질 즈음

walking mom | 2022.12.08 | 추천 3 | 조회 403
walking mom 2022.12.08 3 403
603

미국 박사 과정 동기들 집밥 - American home cooked-meal

KReporter3 | 2022.12.02 | 추천 0 | 조회 579
KReporter3 2022.12.02 0 579
602

박사 과정 중 워라밸 - work and life balance?!

KReporter3 | 2022.12.01 | 추천 0 | 조회 476
KReporter3 2022.12.01 0 476
601

미국에서 장보기 - 익숙해진다는 것

KReporter3 | 2022.11.29 | 추천 0 | 조회 405
KReporter3 2022.11.29 0 405
600

유학 와서 차 사기 - A must have item, vehicle

KReporter3 | 2022.11.29 | 추천 0 | 조회 398
KReporter3 2022.11.29 0 398
599

한참 뒤처지는 내가 살아왔던 인생 공식

KReporter3 | 2022.11.28 | 추천 1 | 조회 394
KReporter3 2022.11.28 1 394
598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 Life in the hottest city in the U.S.

KReporter3 | 2022.11.28 | 추천 0 | 조회 392
KReporter3 2022.11.28 0 392
597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새벽

KReporter3 | 2022.11.28 | 추천 0 | 조회 492
KReporter3 2022.11.28 0 492
596

나 홀로 시애틀

KReporter3 | 2022.11.24 | 추천 0 | 조회 395
KReporter3 2022.11.24 0 395
595

시애틀에서 치과 병원 개업하기 - 꿈에 그리던 병원이 내 손안에 (1)

KReporter3 | 2022.11.24 | 추천 1 | 조회 437
KReporter3 2022.11.24 1 437
594

인턴인가 노예인가

KReporter3 | 2022.11.24 | 추천 0 | 조회 383
KReporter3 2022.11.24 0 383
593

박사 졸업 논문 전략 2 - 지도교수 정하기 / Creating Dissertation Team

KReporter3 | 2022.11.24 | 추천 0 | 조회 417
KReporter3 2022.11.24 0 417
592

영어 실력의 한계와 연이은 시도들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1 | 조회 394
KReporter3 2022.11.22 1 394
591

캘리포니아에서 시애틀로 이사 오다 - 새로운 꿈을 찾아 시애틀로 고고씽!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2 | 조회 475
KReporter3 2022.11.22 2 475
590

박사 졸업 논문 전략 1 - 단계 분석 및 일정 분배하기. A Doctoral dissertation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374
KReporter3 2022.11.22 0 374
589

미국 의사 시험에 도전하다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368
KReporter3 2022.11.22 0 368
588

악몽은 그저 꿈이야 깨면 그만이라고 - 졸업 후 첫 직장에서 겪은 악몽 같은 기억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386
KReporter3 2022.11.22 0 386
587

동시에 할 수 있는 연구 페이퍼 개수 - Adequate # of simultaneous projects

KReporter3 | 2022.11.22 | 추천 0 | 조회 422
KReporter3 2022.11.22 0 422
586

미국 병원에서 느낀 문화 충격들

KReporter3 | 2022.11.19 | 추천 0 | 조회 592
KReporter3 2022.11.19 0 592
585

새내기 치과 의사의 첫 착륙지 - 미지의 땅, 소똥 내 가득한 베이커스 필드

KReporter3 | 2022.11.19 | 추천 1 | 조회 453
KReporter3 2022.11.19 1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