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과거

rainrain 2020.06.13 07:57 조회 수 : 93

긴 방황같은 여행으로 부터 돌아온다

갇힌 꼼작없는 공간과 숨소리 조차 가깝고 목욕시키고 같이 떠난

개 두마리의 차츰 흐려지는 털 색깔은

잊을 만 한큼만 

집을 그리워하게 한다

 

가는 동안 화장실이 같이 있는 휴게소 (미국의 휴게소는 화장실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공간만 허용하는, 공간만 있는 그런 장소다)에서

두 사람과 두 마리의 개는 한 차의 공간에서 서로를 허용하는 만큼만 내어주고

잠을 잔다

 

아무것도 곁의 눈길이 비껴가지 않으면 아무런 비밀도 없는, 그런 길위의 날들이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고 (집에서 가져간 누릉지을 끓인 밥과 조그만 냉장고를 채운 김치 몇조각이면 아침은 족하다)

개들의 먹이를 챙기고, 걷게 하고 그리고 떠나는 시간은 아마 8시가 넘은 아침의 시간이 된다

두 서너 시간을 운전하고, 30 마일 평균의 거리에 존재하는 휴게소를 지나기도 혹은

개를 걷게하고 사람의 생리작용도 해결하기 위해 서고

두 서너 번의 휴게소를 쉬고 나면 이런 저런 간식같은 점심을 먹는 시간이 된다

차라리 물을 마시고 이리 저리 개에 끌려 걷는 시간이 더욱 간절해 지고

또 길을 떠나며

어느 곳에서 잠을 자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고

저녁 8시 즈음이면 차를 눕게 하고

우리도 개들도 어찌하든 먹어야 하고 또 잠을 자야 한다

 

그렇게 사흘을 간다

두 밤의 시간을 보내고 사흘째 저녁에 도착한 

떠나온 곳에 간다

 

 큰 딸이 사는 아파트의 길 거리에 보통 차 길이의 두배를 차지하는 차를 세우고

오랫만에 샤워같은 씻음을 향유하고

소파에 다리를 얹은 휴식은 

나의 몸을 세상의 누구보다 피곤하고 행복하게 한다

 

오랫만에 뉴스란 소식을 티브이를 통해 본다

간간이 스마트 폰을 통해 달리며 전해 듣던 소식보다

더 크게 더 확실하게 보이는 뉴스라 해도

달라진 것도 없고 달라 보이지도 않는 것은

커다란 티 브이의 뉴스도 조그만 스마트 폰속의 뉴스도 똑같은 사람사는 

일을 말하는 것 때문인 모양이다

 

사람이 사는 일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사는 시간

두려움은 속에 감추고 포기같은 현자의 말씀만 귀에 쏟고

사는게 그런거지 하는…

사람이 사는 일

살만해 지면 꼭 무슨 일이 앞에 서는 그런

사람의 사는 일

 

지인의 부인은 한국행을 결정할 만큼 급박한 마음이 된 것이리라

어떠한 증세이던 전문의의 소견을 들어야 하고, 듣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고

만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다 병을 키우고 기다리다 삶을 그치고

기다리다 희망마저 놓치고 마는 이곳의 의료시스템은

한국으로 희망을 옮기는 다른 희망을 선택하게 한다

자본주의는 돈 있는 자에게 한 없이 관대한 병도

돈 없는 자에게는 냉정할 만큼 급박하게 좇아온다

 

 사흘을 지인의 부인과 함께 이런 저런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로

그저 같이 하고 싶은 마음만 보이고 있다

간간이 두고 온 자식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의 얘기도 들어야 하고

삶과 죽음의 두 시간이 공존하는 하루에는

슬픔과 웃음이 같이 지내야하는 어색한 동거도 그렇다 싶게 보내고 있다

한국으로 떠나는 지인의 부인과 지인에게 뭐라 할 말이 마땅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는 

희망하는 절망만 전하고,

 

고집불통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간다

곧 엄마의 생신이시다

견디지 못한 갈등을 그냥 뒤로만 두고 떠난 큰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음에만 쌓아 둔 미안함을 어쩌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는 일이 다 그렇듯,

그런 얼굴을 만든다

 

숨기지도 않고 눈물부터 보이는 엄마 앞에서

많은 생각이 돌아 다닌다

아무도 아프지 않은 관계는 있을까

아무도 서럽지 않은 사이는 있는지

사람이 관계를 만들고

사람이 사이를 멀게 하고

자식도 부모도 관계인 것이고 사이인 것인 처럼

그저 얼굴을 돌리고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동생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한다

차가운 냉면 국물은 차갑지도 시지도 맵지도 않은 

그저 냉면이란 이름의 국수가 목으로 넘어간다

사는 일이

부모란 이름으로 산다는 것이

자식이란 업으로 살아낸다는 것이

참 

아득하게 아프다

축하할 것이라곤

엄마의 83살 도 아니고

오랫만 서로의 건강함도 아니고

살아내고 살아가는 삶을 축하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올라 가는 길은

산 속으로만 타고 다니는 길을 가기로 한다

Old Highway 101 이란 이름처럼 처음으로 길을 내고 

처음이란 이유로 쉬운 길을 따라 내고자 해안 선을 따라 그리고

이익의 이유로 길을 낸 길을 따라

지나고 난 후에는 그 해안선을 타고 가는 길은

아름다운 굽이 굽이와 다리를 건너는 이국적인 기대감과 

건너 간 다른 풍경을 따라,

그리고는 산으로 숨어 들어가 국립 공원이 되고, 혹은 주립 공원이 되어

그곳에 캠핑을 하고 여러 오락을 할 수 있는 숲을 이룬다

하루에 25불, 샤워 시설은 1불에 10분의 물이 주어지고, 혹은 샤워의 그런 호사조차

거부한 단지 숙박만 가능한 곳을 이룬다

그런 삶을 원하듯이 

전화와 인터넷은 사라지고 오롯한 밤의 별들과 숲과 바람만 돌아다니고

어디에선가 매캐한 나무 타는 냄새가 밤을 태우고 있다

 

Oregon에 들어 선 하루가 지나고

Crater Lake으로 향하는 길은 면면히 이어지는 평원위에 까만 점 처럼 느릿 느릿

풀을 먹는 검은 소들도 지나가고 사료가 지천처럼 여유로운 그 너그러운 운전은 졸음도

비껴가고 있다

 

비가 오고 있다

호수에 잘 곳은 이미 없고

호수를 찾아 오르는 길에 

비가 손님처럼 차창을 두드리고

반가운 기다림처럼 기꺼이 비를 맞고 싶다

호수를 사이에 둔 먼 기슭에 나는

비를 씻어내듯 나를 흘리며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물 안개 속으로 숨은 호수 한 가운데의 섬은 오히려 신비롭고

비가 다시 우박으로 변장을 하고

우박은 다시 나를 겁 먹은 운전으로 호수의 다른 풍경을 기웃거리게 한다

저녁이 늦기 전에 밤이 짙어지기 전에

어느 곳으로 차를 세워야 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잠을 자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캠핑 차를 끌고 다니는 고민스러운

기대인지 싶다

 

북쪽 방향으로 빠져 umpqua river 를 끼고 달리는 길은

잠시도 눈을 놓치지 않고 신음처럼 감탄을 부른다

이런 흐름은 강을 따라 바다로 가고

강을 받는 바다는 아무런 편견도 없이 너른 이해를 보이고…

우린 언제고 사람이기 전에 미국인 한국인 중국인 이어야 하는지…

 

진심으로 이 풍경이 끝나지 않으면 싶다

서 넛의 강 줄기가 다다르고 모래끝에 흔들고 흩어놓은 숨 놓은 너름은

문득은 아니다 싶게 

여유롭고 싶어진다

 

 

잠을 청하고자 누운 숲속은 11시가 넘어서야 사람의 소리가 없어진다

아무 것도 없는 침묵처럼

하늘로 별만 쏟아진다

개가 나를 보고 흔드는 꼬리도 소리처럼 침묵하고

또 아무도 없는 숲만 숨을 내민다

 

또 떠나는 내일

다시 약속한 날짜는 아무도 모른 채

풍경을 찾고 바람을 따라 같은 듯 다른 길을 떠난다

 

 

사진기를 들고

컴퓨터를 챙기고 떠난 시작은 처음부터 기대 뿐인 허망한 바람인지도 모른다

잠시 맡긴 운전

반 시간 안에 두 번을 아찔하던 순간이 

운전을 더 이상 내어주지 못하게 한다

운전을 해야 움직이는 여행을 가는 시간

사진은 내 머릿 속에 찍고

글을 쓴다는 것은 하루 내내 운전에 시달린 정신으로는 그리고 때로 아무 것도 허용하지 않는 통신의 방법으로는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한다

잠시 잠시 순간 순간의 생각만 머릿속에 담으려 할 뿐…..

 

 

열흘을 넘긴 

여행이란 이름으로 나선 길을 돌아 온다

떠난 마음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 온다면 한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길을 달린 처음의 떠남은

다음에는 조금은 미리 염려하고 먼저 예상한 떠남으로

여유로운 길 걸음이 되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