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셋째, 첫째만큼 설레며 기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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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oonhyuk
작성일
2007-12-09 12:46
조회
2323
» 전국 최다 자녀 둔 김석태·엄계숙 부부
지난 7일 저녁 열셋째가 세상에 나왔다. 몸무게 3.78㎏.
다섯 오빠와 일곱 언니들과 달리 제왕절개 수술로 어렵게 태어났다. 출산예정일을 닷새나 넘겨 김석태(49·목사)·엄계숙(44)씨가 마음을 졸이던 터였다. 부부는 자녀 열둘을 뒀지만, “첫아이 때처럼 설레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부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동생 언제 볼 수 있냐”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 김 목사네는 전국에서 자녀가 가장 많은 가족이 됐다. 빛나(20)·다솜(18)·다드림(15)·모아(12)·들(12)·바른(10)·이든(8)·라온(7)·뜨레(6)·소다미(4)·나은(3)·가온(1), 그리고 막내.
사교육 대신 책 통해 세상 가르쳐
가족들 다함께 장보러 갈 때 행복
경북 구미시 고아읍 황산리에 사는 김 목사네의 아침은 6시부터 3시간 동안 정신없이 지난다. 경북대 기숙사에서 지내는 맏딸과 열두째를 뺀 10명이 집을 나설 준비를 해야하니 그럴만도 하다. 둘째부터 나이순으로 일어나 하나 뿐인 욕실에서 차례로 씻고, 밥을 먹는다. 학교에서 돌아와 한 대뿐인 컴퓨터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 다니는 세 딸과 초등학생 아들 넷이 20분씩 쓰고 난 뒤에야 중학생들 차례가 된다. 이렇게 늘 형제·자매끼리 나눠 쓰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물건을 놓고 다투거나 욕심을 내지 않는다. 언니, 오빠가 쓰던 물건을 물려쓰는 게 자연스러운 만큼 친척들이 입던 헌옷을 입어도 불만이 없다.
김목사네는 열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집안이 잘 정돈돼 있다.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항상 아늑하게 맞을 수 있도록 집안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게 엄씨의 원칙이다. 그러다보니, 세탁기 2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간다. 김 목사네는 다섯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 외에는 사교육을 안시킨다. 대신 집안 곳곳에 빼곡히 꽂힌 책을 보면 알 수 있듯, 책을 통해 ‘세상’을 가르친다. 부부는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지만 학교 공부가 뒤쳐지지 않도록 집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준다”며 “예체능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건 아쉽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권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 부부는 자녀들이 여느 아이들처럼 공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커나가기를 바란다.
주변에서 “많은 아이들을 키우기가 힘들지 않냐”고 물을 때마다 엄씨는 “갑자기 열두 아이가 생긴 게 아니라 한 명씩 차례로 키워가니까 셋이나 넷을 키우는 집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며 웃는다. 거창한 가족 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김 목사네는 “주말 밤 온 식구가 12인승 봉고차를 타고 대형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출처: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