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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3 엄마입니다

작성자
기승전
작성일
2019-08-22 20:39
조회
1069

저는 고3 엄마입니다. (펌글)





아이는 오늘도 새벽 1시 반 무렵에서야 독서실에서 돌아와 4시간도 채 못 자고, 



20kg 여행 배낭보다 더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6시 50분쯤 집을 나섰습니다. 



5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렸지만, 아이는 한 술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습니다.



저 역시 3시간 밖에 잠을 못 잤습니다.ㅠ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책상에 엎드려 잠깐 쪽잠을 자기는 하지만 몸이 약한 저에게 고3 엄마 노릇은 정말 극기 훈련 수준입니다.



그렇게 아이와 저는 온 힘을 다해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고3 엄마라는 이유로(사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어서) 읍소 끝에 비담임을 하고 있지만



작년까지 저는 주로 고3 담임이었습니다. 



심지어 몇 번의 고3 부장 경험도 있습니다. 



요 며칠 조국 후보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논란은 제가 아는 분야가 아니어서 입댈 수가 없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분야는...그리고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 엄마 입장이니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조금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미안하다.... 실망이다.....부정입학이다....'



상대적 박탈감, 당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수험생 엄마인데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이의 시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아이의 컨디션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쓸어내리는



수험생 엄마 노릇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누구보다 대입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걸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조국 후보 딸의 논란에 저는 전혀 흥분이 되지 않습니다. 



화도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편법도 불법도 아닌 "대학 입시 전형의 하나"를 이용한 정상적인 입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국 후보 딸이 입시를 치르던 즈음에는 그 치열하다는 강남의 모 고교에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인 그 학교에도 조국 후보 딸이 한 것과 비슷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전문직 부모들이 그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거창한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의 아이를 멘티로 할 수는 없도록 제한을 하니, A의 아빠가 B의 멘토가 되고, B의 엄마가 A의 멘토가 되는 식으로 짝을 지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직 자녀들만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통 한 분의 멘토가 적게는 2~3명, 많게는 5명씩도 멘토링을 했고 전혀 뒷배경과 상관없이 본인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짝을 이루면 날짜를 정하고 아이가 실험실 또는 연구실로 가서 멘토링을 받습니다. 



그리고 나서 나온 결과물은 제목이 어마어마합니다. 무슨 SCI급 논문 제목입니다. 내용도 아이들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극히 일부의 아이들은 실제 본인의 연구 결과를 훌륭하게 완성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R&E'스펙이 완성됩니다.(R&E는 특목고와 강남 일부학교에서 시작했지만, 2013~16년 무렵에는 거의 모든 학교가 시도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일부 남아 있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지금도 그건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많은 스펙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지금은 R&E는 기록이 불가합니다. 단지 개인연구나 보고서 등으로 기록해주는 학교는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 대학이 학생을 뽑지는 않습니다. 



특기자전형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은 되겠지요. 



하지만, 그 스펙 하나로는 절대 SKY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과학특기자전형 같은 경우 학생의 실력을 확인하는 면접과정도 녹록치 않습니다. 



고3 담임들끼리 우스갯소리로 'SKY는 학교에 CCTV 달아놓는 거 아니냐고...어쩜 그렇게 쏙쏙 잘도 뽑아 가냐고...'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일부 의외의 아이가 합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결과는 아닙니다. 



될 만한 아이가 된다는 뜻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학교에 근무할 때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과 인맥을 총 동원하여 기록할 수 있는 모든 스펙을 다 쓸어 모아 “스펙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리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스펙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적이 심하게 겸손했습니다.



이 아이는 그 대단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단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지면에 다 적기 힘들만큼 저는 다양한 전형으로 합격한 더 다양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지도했습니다. 



연이어서 고3담임을 해도 입시 전형을 다 파악하지 못합니다. 아니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혹은 내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입시 결과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정보를 알고 있는(이것도 특정 누군가만 독점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활용 가능한 입시 전형일 뿐입니다. 



부모가 정보를 알고 있다고, 내 아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다 그 전형에 맞는 스펙을 갖출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입 정보에 관해서는 알 만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너무 많이 알아 탈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다고 그것이 제 아이에게 적용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이가 관심이 없으면, 혹은 능력이 안 되면 절대 코 꿰어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 기르는 게 학급 아이 2~30명 지도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자조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내 인생에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단 한 가지가 자식이라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도 많지 않나요?



저는 조국 후보를 두둔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누구보다 대학 입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는 이유는 



화를 내고 비난을 하더라도 정확하게 알고 하자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시험도 안 봤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건 부정입학이네? 불법은 아니어도 편법이긴 한 거잖아...”



수능 시험을 볼 필요가 없는 전형이 얼마나 많은지, 그 전형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입학을 하는지 잠깐만 검색해 봐도 정보가 쏟아집니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에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다른 논란에 대한 판단은 예외로 합니다. 



조국 후보의 딸 관련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신 분들이 선동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선동을 목적으로 무차별 폭격 기사를 쏟아내는...그러나 그들의 해명은 기사화하지 않는 이 기형적인 상황이 안타까워 주제넘게 긴 글 남겨봅니다. 



(제 코가 석 자인데...제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러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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