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과 폭동
누구인가는 폭동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는 그저 머슴에 지나지 않는다
과정도 민주적이지 않으면 ‘폭동’이 되고 마는 정의는
총들고 사익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자에는 한없는 연민을 느낀다
내가 다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사회는 이미 공의가 존재하지 않는
끼리 끼리의 편 가름만 있을 뿐이다
머슴 주제에 차 가진 주인에게 말 대꾸한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초상은
보다 큰 권력에게는 비굴하고 나 보다 조금 뒤의 약자에게는 잔인한
쿠데타의 유산이다
총들고 일어 선 자
핵 폭탄을 수천 수만 발 보유한 자
‘나’ 이 외엔 아무도 나와 비등한 힘을 가져서는 세계 평화는 없고,
한 나라의 자유는 없단다
비틀린 결과만을 가지고 진실을 왜곡하는 시선은
‘스스로의 기준’만을 옳고 그름의 판단으로 한다
민주주의란 뭘까
평등을 지향하고 자유를 전제조건 처럼 달고 다니는 민주주의는
내게 뭘까
총을 든, 그리고 그 총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은 군부대의 총과 화염병, 콘크리트 조각은 평등했던 것일까
내 목을 조르고 내 가슴을 찌르는 총구에 달린 대검을 향해
‘민주적’인 대항이어야 한다는 막 돼 먹은 논리는 ‘자유’로 보장된 것이겠지
평등은 뭘까
주어진 만큼만 평등한 자본주의는 차치하고라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사실을 바라보는 같은 시간대의 궁민(國民)—발음만으로는
어떤 의미로든 가난하다는 소리로도 들린다—이 진실이란 이름 앞에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듣고 말한다
리 승만 대통령의 이기가 시작한 우리 현대 역사의 비극은— 좀 더 큰 그림으로 보자면 미국의 정의에 부합하고 자유란 표어의 구상에 적합했던—박 정희 대통령의 기회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내고 전 두환 씨의 조폭 문화를 평등하다는 착각으로 세뇌시킨다
또한 다른 눈으로는 리 승만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초대 국부이고 박 정희 대통령은 비록 과는 있을 지언정 공이 더 많은 우리의 지도자이고 전 두환 씨는 현자가 바라 보아야만
측은지심이 드는 그냥…
너와 나의 시선은 평등했던 것일까
나와 너는 평등한 것일까
때로 세상을 살고 떠난 현자의 글을 대한다
수 없이 읽은 사람들, 그 현자의 글을 인용하고 귀히 여겨 나누어 주는 사람들
그런데 세상은 변함이 없는 것처럼, 편해진 것을 느끼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발칙한 상상을 한다
‘현자’? 개 뿔
내가 떠나는 세상과 삶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내가 지나 온 자리에 나의 쓰레기를 두지 말고
나의 흔적을 남이 치우지 않는 배려를 하자
그런 사람이 나의 ‘현자’다
왜 여태껏 많이 배운 사람은 말은 잘 타는데 말만 잘 타는 것이라는 자조감이 들게 하는 것일까
때로는 못 배운 것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위가 폭동화 되는 시선에 평등은 버려지고
자유가 사익화 되는 역사는 쿠데타가 된다
경비원이 머슴이 된 지금은 벌써부터 두 번의 국민 머슴 만들기로 익숙해져 온
우리의 역사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었는 것이 맞지 싶다
적어도 현자들의 눈에는…
5.18
살륙되어진 자유를 위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Rainrain 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사례는 드물지요.
전제 왕정에 대항하여 보통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한 프랑스 혁명,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한 미국의 독립운동, 일제에 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 등.
말도 안돼는 권력자에 저항해온 인류의 유장한 역사가 있지요. 광주항쟁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지요. 계엄군이 행사한 잔악무도한 폭력에 최소한의 자위를 위한 무장과 행동에 대해서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항했어야한다는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는 자들이 있긴 하지만요.
현재 한국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는 모두 광주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슬프지만 자랑스런 역사를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또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지나가는군요.
Inferno.
4월은 304란 숫자로 아프고 5월은 또 18이란 숫자로 쓰립니다
그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것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2007 년 경기 여고 학생의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