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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민자의 삶

작성자
Nick'sgranpa
작성일
2020-05-31 15:52
조회
849

(3)이민자의 삶<봉재공장(1))에서>


.


87년 5월


목재공장을 그만 두려고 마음을 정하긴 했는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 좋을지


혼자 며칠을 고심을 하였다. 가지고 있는 돈은 몇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으나


절대 한 달이라도 놀 수는 없었다.


.


그러다 하루는 공장에 사장의 처남이란 사람이 가끔 오는데 알게 되어


말을 주고받다 보니 조금은 마음이 통했다. 이 분은 미국 온지는 3년 정도 되었고


.


낮엔 봉제공장에서 시간제 일(time work)을 하고 퇴근하여 밤엔 청소를 하는데


이땐 아이(아들 11학년, 딸 9학년)들과 부인이 같이 도와준다고 하였다.


.


그런데 부인이 도와주는 것은 몰라도 아이들이 도와준다면 아이들이 공부는 언제


하는 가 했더니 여기선 한국같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학업을 따라간다고 하였다.


.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애들의 앞날을 생각해서 여기 온 것이라면


한 시간이라도 애들은 애들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떻던 그럼 3년 정도가 지났으니 영어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 분이 하는 말,


영어 배울 사이도 없고 눈치로 때려잡고 살다 보니 영어와는 담을 쌓고 있다고 했다.


많은 오래된 사람들도 영어 못 하는 사람들이 대 부분이라면서 그렇게들 산다고 했다.


.


그러면 불편하지 않는가 했더니, 그러긴 하지만 그 땐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하루 힘들게 사는 것이야 좋지만 늘 이렇게 영어 말을 배우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


여기서 생각한 것이 우선 영어를 배워야하겠구나, 늙어서 애들이 집 나가고 나면


그 땐 단 둘이서 살아야 할 터인데 그 때도 영어 때문에 간단할 일도 해결을 못하고


산다면 애들을 위해서도 우리 부부를 위해서도 바르지 못한 일이다 싶었다.


.


그간 난 영어를 제법 할 줄 안다고 치는 축에 끼인 사람이었는데


여기 오니 완전히 벙어리였다. 대학에서도 그래도 영어영문학을 했으니


남과는 무엇이라도 달라야 할 터인데 그게 아니었다.


.


여기 오려고 xx 카셋트를 비싸게 사서 근 2년을 들었고 이태원에서 비싼 돈 주고


개인 영어교습까지 받았었는데도 그게 아니었다.


.


해서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을 먹고 밤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찾고


그리곤 낮엔 손쉬운 봉재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하였다.


.


( 여기서 찾은 곳이 내가 다닌 D.L.I. 영어전문 학교였다.


여긴 A.T.C. 라는 전자 기술학교의 부속학교로 영어가 안 되는


이민자들에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program으로 운영하는 학교였다.


.


여길 다니기로 학교에 가서 무당 춤 추듯 손발을 흔들어 등록 절차를 밟았다.


월~금 5일을 6개월간 오후 5시~10시 까지 영어를 배우고 졸업시험에 합격을 하면


다시 전자기술(전자제품 수리 기술)을 배우기로 하였다. )


.


그래서 신문을 보고 한 봉제공장에 전화를 하였더니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 하러 오라고 하였다.


처음으로 출근을 하니 나에게 시킨 일은 bundle 하는 일인데


.


원 공장에서 보낸 옷감을 재단에 따라 예를 들면, 소매는 소매 데로 같은 부분끼리


묶고 다시 천의 겉과 속을 재단이 되어있는 데로 구분하여 묶음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여기선 시간제(Time work)와 자기가 완성한 량에 따라 받는 Piece work이 있었다.


.


이 일을 한 달 정도 시간제를 하다 보니 주인의 눈치가 보여 집어치고 미싱을 밟을


줄을 몰랐지만 기초만 가르쳐 달라고 해서 배우곤 곧장 미싱 일에 덤벼들었다.


..


처음엔 Time work이라 몰랐는데 이제 piece work을 하여 보니 내가 만든 양에


따라 돈이 정해지니 아무래도 time work 보다는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걸 느꼈다.


.


오래 전 일본인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조센징(한국인)은


“날일 시키면 장승 될까 겁나고,


돈네기(ドンネギ / 도급제) 시키면 죽을까 겁난다. ”


라고 했다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났다.


.


민족적으로는 부끄러운 말로 생각이 들지만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


다음 회에 계속 하겠습니다.


===

전체 1

  • 2020-05-31 17:02

    이렇게 미싱 하는 법을 배워 시작했는데

    첫 날 오후에 한 참 일을 하다 보니 내 왼손가락 하나가 바늘에 꽃여 

    빠지지 않아 놀라서 메니저를 불렀더니 와서는 기계를 움직이더니

    나의 손가락을 빼고는 상처 난 곳에 미싱용 기름을 부었다.

     

    그리곤 웃으면서 괜찮아요! 하면서 가 버렸다.

    난 걱정을 했는데도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신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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