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민자의 삶<봉재공장(2))에서>
(4)이민자의 삶<봉재공장(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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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을 하다고 보니 가끔은 새 디자인이 들어와 천을 받아 미싱을 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잘 안 되어 옆에 있는 한국인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보곤
하였는데 어떤 날은 같은 걸 한 번만 물어보면 될 걸 같은 걸 또 묻게 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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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땐 내가 옷감을 들고 가서 물어 볼 수 있다면 간단한 일이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이 나의 자리에 와서 직접 미싱 하는 걸 나에게 보여줘야 알게 되기 때문에
여간 묻기가 미안하고 힘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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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나 매니저가 보이면 불러서 물어보기도 하곤 했었는데 어떤 땐 물어본
분한테 또 가려는 눈치를 그 분이 알아채기라도 하면 그 분은 화장실 가는 척하곤
자리를 피하는 일 까지 있어 무척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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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도 작업량에 따라 돈을 받으니 백번 이해는 갔다.
그래도 난 속으로 미안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순간 난 멍해지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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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옆에 있던 스페니쉬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 그렇지
몇 번이고 와서 웃으면서 가르쳐주고 그리곤 그들은 늘 음악을 크게 틀어
노래를 들으면서 일을 하곤 했었다. 순간순간을 그들은 행복해 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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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히스패닠 친구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몇 번이고 웃으면서
“아미고 노 프로브래마! / friend, no problem(a)
/ 친구, 걱정하지 마!”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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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또 배웠다.
그렇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보람은 다 만들어진 다음에 느끼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에 보람을 느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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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어릴 때 나에게 돈도 받지 않고 한문을 가르쳐 주신 그 난쟁이 아저씨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누가 달라면
줄 수 있으면 주고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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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을 하고 4시 반이면 퇴근을 하고 학교로 가서 영어학교를 6개월에 마치고
다시 전자 수리 기술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밤 10시에 학교를 마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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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집 사람이 일하는 식당에 가서 집사람 태워오고 그리고 저녁으로 무엇 좀
입에 넣곤 낮에 학교에서 배운 것들 공부를 밤 1시 가까이 하고
새벽 5시면 일어나야 하니 평일은 4시간이나 4시간 반 정도 밖에 잠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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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초기 이민자들을 위한 것으로 정부에서 수업료를 지원해주다 보니 매주
금요일에 당해 월-목에 배운 걸 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월요일에 공부를 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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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이면 경고를 한 번 받고, 두 번 받으면 퇴학을 시키는 제도가 되어있어
매 주, 6개월간 그 시험에 합격을 하자니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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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다 학교 교재가 한글로 되어 있어도 전자와 전기를 구분도 못 하는 내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터인데 영문으로 되어 있으니 사전을 끼고는 단어 해석하자
문장 해석하자 그리곤 문제풀이에 들어가자 정말 힘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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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들이란 게
전자 회로를 설명 하는 것으로 어떤 기기는 AC 전기(교류)를 받아
DC(직류)로 바꾸는 과정에 어떤 저항 장치가 필요하며
얼마의 전류가 필요 하는지 계산이 전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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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직렬, 병렬, 전압, 전류, 저항 등의 용어를 영어로 배웠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거기에 어떤 단어는 사전에도 없었으니....
(요즈음 같으면 인터넷이나 전자용어 사전이 있기라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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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전자에 관한 책을 급히 보내 달라고 했더니
전기에 관한 책을 보내주어 무척 실망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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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당시는 전자에 관한 일반 서적이 시중에 귀했었고 대학교 교재에서나
구할까 어렵기도 했었고 한국에선 이제 막 computer가 나와 학원이 생기고
할 정도여서 그랬던 것 같았다. 회사에도 전산실이 막 생겨나는 그런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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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 년여에 난 평생에 울어야 할 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공장에서 눈에 먼지가 들어가 울고,
잠을 못자 피곤해서 울고,
문제를 못 풀어 답답해서 울고,
거기다 내가 바보 멍청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고..
얼마나 울고 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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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런 사치스런 소릴 했었나?
남자는 평생에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그 x 같은 소릴?
지금 누가 나에게 그런 소릴 할라치면 그냥 그 입을 --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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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전자 수리 기술학교도 내일 마치게 되어 수료식과 동시에
California 전자제품 수리 기술자(Electronic Technician)가 되어
새로운 작은 한 전자 회사에도 나가게 되었다. 이제 봉제공장도 Bye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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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도와준 봉제공장 아주머니 아저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고마웠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몇 회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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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이걸 배우다 보면
옛날 TV는 화면의 색상을 잘 맞추어 주어야 화상이 제대로 보인다.
화상의 색상은 TV에 있는 조절하는 장치(RGB)로 색의 배율을 잘 조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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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는 삼원색을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배웠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것을 정확히 알아야 이 색상 조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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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색은 RGB 인데
이를 다 동시에 비추어지게 하면 흰색이 되고
어느 색도 비춰지지 않으면 검은색이 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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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TV 뒤에 있는 장치 RGB를 잘 서로 조정해주면 좋은 화상의 색상을
만들 수 있어 늘 그걸로 조정을 해 주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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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흰색 하면 청순함, 순박함, 결백성, 무(없음) 등을 나타내는 색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이 삼원색이 골고루 바탕이 되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이는 순수성 보다는 화합성 융통성 포용성을 나타내는 색으로 봐야 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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