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rainrain 2021.05.13 20:13 조회 수 : 198

내가 어렸을 적 살던 흑석동, 정확히는 흑석2동 (우리에게는 비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은 동작동 국립묘지로 향하던 도로변의 상가겸 주택을 포함한 서너 겹의 집들을 지나면, 언덕을 덮은 판잣집이 엉성한 벽으로 구멍난 주머니 속처럼 담아낼 것 조차 빠지고 있는 가난한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여덟 살은 되지 싶은 어느 여름 날

윗 동네 어느 아이가 국도 건너 비탈로 내려 서는 한강 변의 밭에서

거름으로 모으고 구덩이로 담아 놓은 똥 구덩이에 빠졌다

허우적 거리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쥐어 들고 꺼낸 아이의 온 몸은 구린내로 바르고

여기 저기 노랗게, 또한 형체가 불분명한 내용들이 벗은 웃통으로 구물거리고

아직도 울고 있는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이렇게 저렇게 알고 지낸 아저씨의 손에 끌려

똥물도 눈물도 흘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은 아이 걱정 똥독 걱정 냄새 걱정 세상의 걱정을 모아

아이를 따라 혀를 차며 엄마의 마음이 되고 아버지의 마음이 되고..

 

잠들다 

오줌 마려운 한 밤에

통행금지 지난 어느 새벽의 한 밤에

금지가 아닌 자동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리고

관심도 아닌 삶의 시간도 지나고 나서야

밤 마다 지나다닌 자동차들의 소음이 죽음의 소리였던 것을 깨닫는다

월남 전에서 죽은 청춘들이 몸만 돌아와 동작동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개목줄 군번만 돌아와 군용차에 실린 것인지..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다

 

컨테이너 청소

평택항에서 죽은 청춘 이선호라 한다

안전모 조차 주어지지 않은 기적이 또 가난한 젊음을 죽인다

 

술 먹고

술 즐길 줄 모르는 나에게는 10년치 술을 마시고

취하고 토하고 누운 손정민 이란 청춘이

설명되지 못한 죽음으로 기사로 뜬다

기적이 시작된다

 

사흘 먼저 죽은 이선호는 기적이 만들어 낸 한강의 돈줄만 바라본 늙은 것들이

‘빨리’ ‘쉽게’ ‘적게’ ‘적당히’의 생활화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아버지의 가슴앓이로 2주 넘게 매일 기사로 나오는 또 다른 죽음.

 

기적은 한강에 있다

한강에 가까이 사는 죽음은 같은 젊음이어도 꽃을 받고 위로를 받는다

평택에 깔린 젊음은 사과조차 20일 지난 후, 유족도 없는 공개 사과를 받는다

 

똥에 빠진 아이들을 걱정하던 흑석동 가난한 이웃들은

사람이 먼저이던 기적이 홍해 가르듯 똥 무덤을 갈랐고

한강이 기적이던 늙은 것들은 

내 자식 또래 젊음의 죽음에도 돈을 버는 기적이 흐른다

 

기적같은 한강이 흐른다

늙어도 대대손손 한강 흐르듯 내려 가는 돈 걱정에

죽은 것들은 가난 뿐이다

 

가련한 삶들아

한강에 배 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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