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게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
“읽히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다.”
글쓰는 재미를 일깨워 준 고교 은사님의 수업 첫 마디였다. 독자가 좋아하는 주제를 정하려면 많이 읽고 넓게 경험해야 한다. 그 지식과 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사고하고 분석해야 한다. 나만의 생각이나 주장이 도드라지는 글보단 보편적 목소리 속에 주관적 주장이 버무려져 있다면 더 설득력 있다. 알맞은 단어를 정확한 맞춤법에 의거해 적당한 길이로 풀어야 한다. 잦은 맞춤법 오기와 감정적이고 격한 표현은 글의 내용이아무리 뛰어나도 독자들의 신뢰를 반감시킨다.
‘주기적으로’ 글을 써 남에게 내보이는 ‘모든’ 이들은 자신의 글이 더 많이 읽히기 바란다. 작가든 기자든 게시판 등에 글을 게재하든 누구나 구독수/조회수가 높았으면 바란다. 아마도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이 중독을 몇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덫에 걸린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속칭 ‘어그로’를 끄는 것으로 시작한다. 딱히 관심도 없고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제를 택해 어거지로 글을 꿰맞춘다. 내가 하고픈 말이 아니라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꾸며낸다.
조회수를 가장 많이 끌 수 있는 방법은 ’선정적 주제’를 택하는 것이다. 팽팽히 갈린 두 개의 생각/이념/가치 중 하나를 택한 뒤 다른 한쪽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호응과 반대 집단의 비난으로 글이 소비되는 속도는 가속된다. 여기에 고무되면 “잘 써진 내 글”이란 착시가 생기고 높아지는 조회수로 내 글 속 주장도 ‘우월한 주장’으로 착각한다.
최근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이 덫에 빠졌다. 시애틀 사는 아저씨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한 명이 읽든 열 명이 공감하든 진솔하게 적으려 했던 초심을 잃었다. 한 켠에 기대 다른 쪽을 깎아내리는 자위행위에 쾌락했다. 어제 저녁 그동안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을 찬찬히 훑었다. 중간중간 균형을 잡으려 야구 이야기, 취미생활, 동네 소개, 동네 장보기 등 이민생활을 글로 옮겨 봤지만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무게추를 발견했다.
“게시판에 정치 이야기 삼갔으면 좋겠다”는 댓글에 정신이 확 들었다.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글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다 깨달았다. 계속 끄적이며 글을 쓰고 사는 이야기 나눌 수 있겠지만 스스로를 속이는 글에 남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익명성이 보장된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다짐했던 것 하나는 지켜 그나마 스스로 대견하다. 비판과 비난의 글로 타인을 할퀼찌라도 ‘반드시’ 상대 아이디에 ‘님’을 붙였다. 이름이나 얼굴을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최소한 예의라 생각했다. 이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그 상대가 같은 교회 장로님일 수도 같은 동호회 동료일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 게시판에는 어떤 형식이나 내용의 글이 올라와도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 아직도 변함 없다. 다른 생각과 주장이 내가 원치 않는 형태로 제기된다면 비난하고 비판하겠지만 이를 막자는 어떤 주장에도 난 동의하지 않는다.
더 이상 글 쓰는 게 즐겁지 않다.
t님,
나잘님,
뜬금없는 거 보셨죠?
되도록이면 피하십시오.
제가 당해봐서 압니다.
저 사진 보십시오.
본인사진 올려놓고
걸리면 쏜답니다.
참내.~~~
글을 올린 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게시판 글을 단지 워싱턴 유저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한인 중 시애틀에 꽂히신 분들도 많이 찾으실 것이란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넷 몇 번만 뒤지면 찾을 수 있는 한국 정치 이야기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아! 여기도 별 구 없이 친문/반문, 보수/진보로 나눠진 별 수 없는 곳이구나" 생각하겠죠.
시애틀로 터전을 옮기려는 분들 중 많은 수가 이 게시판을 훑어 볼 것임이 분명합니다. 살기는 적당한지/교육 환경이 좋은지/일자리 잡는 것이 수월한지 등 인터넷을 뒤지면 얻을 수 있는 건조한 정보보다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바랍니다. 가능하면 그냥 내가 살아가는 시애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국 대구시장 후보들 이름은 꿰차고 있으면서 정작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의 시장 이름조차 모르고 있더라고요, 제가.
저는 t 님 글을
와인에 비교하고싶습니다.
고급스런, 조금은 귀티나는,
그런 뜻에섭니다.
그래서 티님 글은 어렵습니다.
이해를 못 한다는 소리가 아니요,
잘 못 쓰셨다는 소리가 아니라
혀에 감기는 달콤함이
약간 부족하단 소립니다.
즉,
글을 잘 쓰겠다는 마음과
형식을 갖추려는 노력,
남의 눈과 체면,
그에 대한 강박관념이
가끔은 읽힌다고나할까요?
게 바로 님과 저의 취향차인지라
당연히 님의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저에겐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라겠습니디
저는
시골장터같은,
와인이 아닌,
막걸리 스타일의 시골풍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징그럽고 혐오스런 단어들을 불러모으게 되는데요,
그래야 좀 더 웃고
그래야 안티도 만나고
그래야 재밌어섭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조횟수의 10퍼도 글을 읽지 않는다고 봅니다.
90퍼는 읽는 게 아니라 대강 훑죠.
거기서 90퍼는 댓글만 읽습니다.
싸움구경 욕심에.
그래서 저는 이곳에
글을 쓰러,
누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오는 게 아니라
대화하러
놀러
사람 만나러, 사귀러 오는
인삿말을
글로 표현하는 것 뿐입니다.
나 왔응게 놀자~~~
주제넘는 말씀입니다만 티님께서도
글을 쓰러 오지마시고
좋은사람 만나러(나잘님 제외)
놀러오시면
지금의 뛰어난 문장력에
달콤함이 첨가되어
혀에 침샘이 열리면서
찰싹, 달라붙는 명문이
저절로 써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보며
오늘도 많은 걸 배우고 나갑니다.~~~
님이 올리신 글을 애독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올려주신
여러가지 정보와 이런저런 생활후기등
좋은 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좀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뭐라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워낙 글재주가 없는 탓에
힘내라는 말밖에 드릴게 없네요.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닉이 t로 시작하는데
혹시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t의 그 약자인가요?
자게판에서
님의 활약을 볼 것 같으면
흡사 터미네이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묻는 말입니다.
저 참 뜬금없죠?
암튼 힘내시고 홧팅하세요.
지금까지 님은 따봉입니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