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시여!

다니엘 홍 2007.08.01 08:12 조회 수 : 2384 추천:47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 멀리 비추소서. 님은 아직 시장에 계신가요? 혹시 밤길에 진 데라도 밟아 넘어지지는 않을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의 빛을 님이 가시는 길에 뿌려다오. 님- 아 짐이 무거우면 어디라도 좀 내려놓으시라. 님 계신 곳에 그나마 달이 저물어 깜깜해질까 두렵고 걱정 된다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인 정읍사는 남편이 행상(行商)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동산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며 그가 위험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부른 노래다. 여기서 ‘진 데’는 ‘위험한 곳’ 즉, 남편이 가서는 안될 곳으로 해석된다.
 최근 탈리반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 한인들은 ‘진 데’를 밟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봉사-선교활동을 벌이는 그들의 의지와 열정은 높았고, 남을 돕겠다는 동기유발은 비둘기처럼 순결했지만 임무수행 과정에서 뱀처럼 지혜롭지 못했다. 그들은 가지 말아야 할 ‘진데’를 디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 말아야 할 ‘진 데’가 있다. 대학 선택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정, 취향, 기호에 따라 가서는 안 되는 대학이 있다. 지극이 보수적인 학생이 박사학위 취득율과 전문 대학원 진학율만 보고, 대마초 피우고 자유분방 하기로 소문난 리드대학에 진학, 학교분위기에 눌려 도중하차 했다. 한편, 유난히 자유분방한 학생이 종교, 정치적 관점에서 보수일관인 시카고의 위튼 대학, 캘리포니아의 페퍼다인에 가서 학생 채플의 정기참여 규정과 교내 파티 불허로 숨막히는 학교 생활을 한다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고교재학 시 주말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여학생, 학교 주변에는 소, 말, 양 등 동물 외에 구경거리 하나 없고 문화시설이 황폐한 코넬 대학에서 칩거하며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무조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겠다고 우기고, 부모와 멀리 있어도 상관 없다고 큰소리치며 3000마일 떨어진 스미스 대학에 진학한 여학생, 학기 내내 엄마와 전화통에 매달려 눈물로 강의 노트를 적셨다. 소그룹에서 토의식 학업방식을 선호하는 학생이 UCLA에 진학해 수백명씩 들어야하는 강의 속에서 학업에 흥미를 잃어가고 사람의 홍수인 캠퍼스에서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자신도 찾지 못하며 미아가 되었다.
 잔디와 꽃으로 뒤덮인 낭만적 대학 캠퍼스를 꿈꾸던 학생이 맨해튼 한복판의 뉴욕대에 진학했다가 일주일도 못돼 돌아왔다. 면학분위기와 학구적 명성만 듣고 대학 주변의 열악한 환경, 안전 불충지대인줄 모르고 시카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후회막심에 빠졌다. UC-버클리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을 지원하려는데 4년간 친하게 지낸 교수 한명 없어 추천서를 받지못해 안달하는 학생도 있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던 학생이 UW에 진학했지만 택할 과목이 없어 결국 다른 미술 전문대학으로 편입해야 했다. 공부하고자 하는 전공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 안하고 무조건 대형 대학을 택한 경우다. 편지함에 쏟아지는 대학광고물과 지원 초청장만 의지하고 막상 대학에 가보니 기숙사도 준비 안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녀야하는 불편을 겪는 학생도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자신과 상대방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결과로 ‘진 데’를 밟은 학생들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칠흑 같은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달님에게라도 빌어야 할 판이다.
 
 다니엘 홍(C2 교육센터 카운슬러)   (425)672-8900 한국일보 시애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