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연극?

데니얼홍 2007.09.05 11:08 조회 수 : 2619 추천:21


 셰익스피어는 희극 ‘뜻대로 하세요’에서 "인생은 연극"이라고 갈파했다. "이세상은 연극무대, 모든 인간은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잠시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또한 비극 ‘맥베드’의 5막 5장 대사는 한 수 더 뜬다. "인생이란 한낱 걸어 다니는 그림자요, 불쌍한 광대들이 무대 위에서 떠들다가 고요해지는 것과 같다. 그것은 분노에 가득찬 웬 바보가 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다."
 지난주에 소개한 기상 천외의 방법은 SAT 에세이 준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지원서 에세이에서도 최근에 믿어지지 않는 방법이 등장했다. 남의 생각을 베끼거나, 남이 아예 대신 써주는 에세이는 대학에서도 익히 알고 있다. 이래서, 타인에 의해 쓰여진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에세이는 입학 사정관들이 지원학생이 직접 쓴 글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본인의 SAT 에세이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 중에는 남의 손에 쓰여진 완벽한 에세이를 고쳐서 문법을 조금 틀리게 하거나 오자를 몇 군데 만들어 제출하여 학생 자신이 쓴 것처럼 일부러 허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에세이뿐만이 아니다. 교내활동, 봉사활동난에 과장되게 기록한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교사 및 카운셀러에게 부탁하여 추천서 작성시 과장된 활동을 한 것처럼 평가하게 한다고 입학사정관들은 말한다.
 한국의 경우는 요즈음 음악회 또는 연극 공연장이 고교생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다고 한다.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학교숙제가 이제는 입장권만 사서 관람은 안하고 다른 학생 것을 베껴내는 꾀돌이 꾀순이 때문에 공연장과 출연자들의 사진을 관람 증거로 제출하라고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숙제는 후에 내신성적과 수행평가에 반영되어 입시점수에 직결되기에 학생들이 기를 쓰고 공연장을 휩쓴다는 것이다.
 자전하는 지구가 23.5도 기울어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마음이 처음부터 삐뚤어서인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멀미가 난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학생을 나무랄 수만 없다. 대학이 먼저 학생으로 하여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들었다. 학부에서는 그림자도 볼 수없는 노벨상 수상자 교수들의 사진을 앞세우고, 대학 순위를 자랑하고, 마치 그 대학에 진학하면 인생에 붉은 융단이라도 깔릴 것 같은 마케팅 수법을 사용, 학생을 유혹하고 있지 않나? 학생과 교수의 비율 광고 또한 어떠한가? 우리학교는10:1이라며 자랑하지만 그 속에는 외부강사, 강의 없는 연구교수, 안식년으로 쉬고 있는 교수까지 포함되어 실제 비율은 20:1인지 30:1인지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
 학교나 학생이나, 모두들 무대에 나와 연극 하느라 애쓴다. 사실, 인생은 연극처럼 극본이 짜여지고 반복연습을 통해 남에게 보여지려고 하는 연기는 될 수 없다. 대본이나 연습 없이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인생항로, 다른 사람에 의해 제작되고 남에게 잘 보이려는 연극은 멀미 난다. 인생을 연극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효율성과 유용성만을 고집하는 마키아벨리즘으로 치달을 뿐이다.
 17세에 쓰는 에세이, 참여하는 교 내외 활동, 이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잘 알고 있다. 대학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보여주기"위한 입학지원서 작성, 남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버릇은 무대에서나 할 일이지 실제생활에는 필요 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은 연습하느라 피곤하고, 결국 그것은 "분노에 가득찬 웬 바보가 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로 그친다.  한국일보 시애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