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증 Psychosis 이란

purecore 2020.10.30 15:14 조회 수 : 89

정신증 Psychosis 과 자아의 팽창 Inflation of ego

 

 

  정신장애는 크게 분류하면 정신증 psychosis, 인격장애 personality disorder, 신경증 neurosis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정신증psychosis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정신증 psychosis이란 현실 검증 reality testing 능력이 손상되어 외부적 현실과 자신의 심리적인 내적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이나 질환을 말합니다. 외부적인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일과 자신의 생각과 경험 속에서 일어나는 것 사이에 경계가 없어지고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고 모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의심이 들 때, 정신증의 상태에서는 어떠한 객관적 상황 평가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러한 의심이 사실인 것으로 마음에 고정됩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생각이 사실이기에 그 대상을 끝없이 의심하고 적개심을 품습니다. 편집적 망상의 경우 그래서 양상이 심각하고 주위 사람들이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증에서는 이와 같은 망상 delusion이나 환각 hallucination, 맥락 없는 혼란스러운 언어 사용 disorganized speech, 상황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감정 inappropriate affects과 같은 양상이 나타납니다. 

 

  정신증 psychosis을 보이는 질병은 조현병(정신분열증) schizophrenia이나 주요 정동장애 major affective disorder--흔히 말하는 우울증 depressive disorder, 조증 manic disorder, 조울증 manic depressive disorder(bipolar disorder)--가 있습니다. 또한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 심한 단계의 알콜 중독 alcoholism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으며 극심한 충격 trauma, 수면 박탈 sleep deprivation, 약물 substance 사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겨나기도 합니다. 

정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아의 기능이 퇴행 regression 되어 있고 자신의 증상을 병리적인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상황이 심각하며, 관찰이 가능한 주변 사람들이 빨리 이를 인지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정신증의 망상상태에서는 자아ego가 과도하게 팽창되어서 자기가 신적인 존재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초인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경험합니다. 또한 외부 현실에서 벌어지는 특정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집니다. TV 방송을 통해 들은 유명인의 말이 자신을 향한 메시지였다고 믿거나, 우연히 냉장고에서 발견하게 된 상한 반찬을 보고서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고 썩은 음식을 둔 것이라고 믿는 식입니다. 

  심층심리학 depth psychology 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자아ego는 출생 시 무의식의 상태에 있다가 성장과 함께 점차 의식의 영역으로 성장하여 형성되고 경계가 생겨납니다. 즉 자아ego는 전체 정신의 중심인 자기 Self 와 함께 무의식 영역에 융합되어 있다가 점차 분리되면서 성인에 이르면 자아ego와 자기Self는 중심축은 연결되어 있으나 영역은 분리된 상태가 되며, 우리는 이러한 융합과 분리를 전체 인생을 통해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신증을 앓는 사람의 경우 자아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분리되지 못한 채 그 힘에 사로잡힙니다.  무의식 영역의 자기Self는 우리에게 온전함wholeness, 전체성totality, 우주의 중심the axis of the universe, 내적 신성inner divinity과 같은 경험과 이미지를 공급하는 원천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존재의 자존감과 인격 성숙의 중심이자 원천으로 작용하지만, 이와 같이 의식과 무의식간의 경계 및 외적 현실과 내적 현실 사이의 경계가 깨어지는 정신증의 상태에서는 자아ego가 무의식의 자기Self가 보이는 강력한 속성에 병리적으로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정신증을 앓는 사람들은 자아 ego가 과도하게 팽창되어, 자신의 전능함을 믿거나 실제로는 아무 연관성이 없는 외부 상황들이 자신과 관련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믿는, 즉 모든 것을 아는 전지적omniscient 양상을 보입니다. 

 

  몇 년 전 한국에 있을 때, 조울증을 앓던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 여성은 미술을 전공했던 학생이었는데 대학에서 아주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엔 미국의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예상과 달리 생활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언어 소통도 어렵고 학교 생활이나 교수님과의 관계가 쉽지 않아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이년 가까이 지났고 창의력이 고갈난 듯이 작품을 그리는 것도 심한 고역이 되었으며 교수님으로부터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 시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며칠씩 잠도 자지 않고 수십개의 크고 작은 작품을 그려서 온 방과 거실에 펼쳐놓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려낼 수 있다는 확신에 가슴이 벅차고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교수님에게 시차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전화해서 자기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인정받고 있다며 자랑을 했는데, 이 사실은 당시에는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 친구들이 알려주어서 기억이 났다고 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며칠이 지났고 결국 이 학생이 학교 수업에 계속 나타나지 않아서 찾아 온 한 친구가 그녀의 불안정한 상태를 보고 한국에 있던 그녀의 부모님께 연락을 취했습니다. 부모님은 곧장 미국으로 들어와 딸을 급히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가 결국 한국으로 데리고 돌아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으나 이러한 정신증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녀의 경우는 조울증의 조짐이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있었으나 부모님이 사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린 경우여서 제게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정신증 상태가 발견되지 않고 지속된 기간이 길수록 약물이나 심리치료적 방법의 효과는 떨어집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정신과 약물에 의존해서 평생을 지내게 되거나 약물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정신증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로서 이러한 상태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거나 비난하는 대신 빠른 시간 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주되,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지혜롭게 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사람의 인생에 참으로 소중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Dr. SUJIN RHI

한의사(한국(한의 신경정신과), WA), 미국 공인 정신분석가(NCPsyA)

intinst.edu@gmail.com

720.207.8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