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성과 은둔형 외톨이, 그리고 분열성 성격Schizoid Personality

 

 

 미국인들 중에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인간관계에서의 자신감 있고 당당한 인간상을 이상적으로 보는 태도가 만연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에 반하는 성격적 요소인 내향성, 조용함, 예민한 감수성 등에 대해서는 낮추어 평가하거나 심지어 병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대중적 태도에 대해 1990년대 말 이후로 "The Highly Sensitive Person”(한국어 번역본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Quiet”(한국어 번역본 “콰이어트”)와 같은 책들이 나오면서 내향적이거나 민감한 성격 유형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습니다.

 

 내향성이라는 것은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칼 구스타프 융Carl G. Jung의 설명에 의하면, 심리적 에너지가 외부 대상이나 현실을 향하기 보다는 내적인 현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주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보다 사교적이고 말을 즐겨하며 인간관계를 쉽게 다루어 가는데  반해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집단 보다는 개인적 생활을 편안해 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며,  사람과의 만남이 길어지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외향성-내향성의 구분은 분명 성격적 ‘다름’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각자가 자기 삶을 개척하고 자기를 주장하며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인들의 정신 속에서는, 성격의 내향적 요소들이 무능함과 문제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편견이 미국 사회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내향적이고 조용한 사람들, 자기주장이 적고 내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은연 중에 열등감과 소외감을 갖게 되었다고 “The Highly Sensitive Person”의 저자인 일레인 애런 Elaine Aron, “Quiet” 의 저자인 수잔 케인Susan Cane은 적고 있습니다. 심지어 좀 더 예민하거나 섬세한 사람들의 경우는 그러한 민감성에 대해 스스로가 병리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는 문화적 차이에 상당히 기인하는데,  같은 성격 특성에 대해 중국이나 일본에서 진행한 연구조사를 보면 도리어 존경받을 만한 특성,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장점으로도 간주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성격 특성들을 연구 조사한 결과들을 보면 이는 병리적 산물이 아닌, 타고난 기질적 요소이며, 다만 환경적 요소인 양육에 의해 보다 긍정적으로 발전하거나 부정적인 특성이 커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Jerome Kagan은 1989년에 생후 4개월된 유아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아기들을 새로운 경험에 노출시켜서 반응을 관찰하고 아기들의 성장과정을 따라 계속 추적 연구를 하였습니다. 4개월 된 아기들에게 녹음된 낯선 목소리를 들려주고 풍선을 터트리며, 아기들의 눈앞에서 여러 색채의 모빌들이 움직이게 하고, 면봉의 알콜 냄새를 맡게 하는 등의 새로운 자극을 가했을 때, 아기들의 반응은 나뉘어 나타났습니다. 약 20% 정도의 아기들은 심하게 울거나 팔다리를 많이 움직이면서 ‘높은 반응성의high-reactive’ 특성을 보였습니다. 다른 40%의 아기들은 훨씬 조용하고 차분하며 팔다리를 간간히 움직이는 정도의 ‘낮은 반응성의 low-reactive’ 특성을 보였으며, 그외 40%의 아기들은 두 그룹의 중간 정도 반응성에 해당되었습니다.

 이후 제롬 케이건이 이 아이들의 성장 시기별로 추적 연구를 진행하여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응성을 계속 관찰하였을 때, 생후 4개월에 높은 반응성을 보인 아이들이 그 이후로 성인에 이르기까지 민감하여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조용하고, 자신의 개인적 배움이나 생각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이 그룹은 외부 자극에 기질적으로 훨씬 많이 노출되고 영향을 강하게 받는 민감한 감수성을 가졌던 것입니다. 새로운 자극에 낮은 반응성을 보인 아기들은 기질적으로 조용하거나 차분해서가 아니라,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낮아서 크게 동요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높은 반응성을 보였던 아기들이 본래 타고난 섬세한 감수성, 민감성, 신중함, 조용함, 내면을 향하는 특성들은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경우에 내적인 상상의 풍요, 예술적이거나 지적인 능력의 발전, 창의성 등으로 훨씬 안정성 있는 발달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양육이나 성장 환경이 아이의 성격적 특성에 비판적이거나 침범적일 때 이러한 섬세한 감수성과 조용한 내면적 특성은 보다 심각하게 예민해지고 내적으로 지나치게 고립되는 양상으로 진행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맥락이 통하는 정신의학적 성격 유형이 분열적 성격 Schizoid Personality입니다. 자신과 외부세계 간의 멀어짐과 분열이 핵심적 특성을 이루는데, 위에서 언급한 높은 반응성의 성격적 기질과 거의 유사한 특성이며, 타고난 성격의 취약성이 적고 양육환경이 이러한 성격 특성을 잘 지지해줄 때는 내적인 풍요, 지적 능력, 창의성 등을 누리며 긍정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육 환경의 실패가 커지거나 타고난 성격 자체의 취약함이 큰 경우는 병리적 위험성을 확연히 보이게 됩니다. 사람들 및 외부 현실과의 접촉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회피함으로써 고립이 심각해지고 내적인 세계로 도피하면서 공허함과 두려움, 억눌린 공격성이 커지며 정신증적 증상을 보이게 되기도 합니다.

 소위 은둔형 외톨이나 Loner라는 표현들이 분열성 성격schizoid personality의 외로움이라는 특성을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외로움이 고립으로 발전하게 될 때 생겨나는데, 예를 들어 거의 외부 사람들과 실제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방문을 닫아 건 채로 게임의 가상현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계에만 머물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상태를 보일 때는 청소년기의 여러 특성상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부모와의 관계나 학업의 압박에서 오는 좌절감, 결핍감으로 인해 온라인 게임에 집착하게 될 수 있기에, 일반적인 청소년 및 가족 심리치료가 일차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인에 이르러서도 견고하게 자신의 세계만으로 몰입하고 현실 세계, 인간관계로부터의 심각한 고립이 지속되는 경우는 분열성 성격 장애에 대한 이해와 치료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간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도리어 권고되는 현실이라 분열성 성격을 가진 사람의 심리적 고립은 필연적으로 심화될 수 밖에 없기에 항상 가족과 친지들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제 환자 중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분열성 성격이 심각해진 경우 그 개인이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제게 늘 일깨웁니다. 그 고통에는 모든 감각을 날서게 하는 찌르는 듯한 예민함과 공포, 자기 존재가 소멸되는 듯한 불안, 그리고 자기 혐오가 있습니다. 

 이 환자는 30대 초반 여성이었는데,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은 참고 또 참고 견디어도 거의 2-3주를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타인의 시선만으로도 그녀는 몸과 정신 모두 심하게 두드려 맞은 듯 견디기 힘들어 했습니다. 어릴 적 기억 또한 강하고 똑똑했던 다른 아이들과 대비되던, 늘 주눅들고 소심하고 아이들을 피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점심식사 시간에 교내 식당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식탁에 앉게 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과자를 사다가 화장실에서 혼자 먹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피부가 없는 듯한, 일차적인 방어막 없이 세상의 모든 자극에 노출되는 것이 심각한 분열성 성격의 경우 겪게 되는 경험의 본질입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그간 두려움 속에 참으면서 세상에 표출할 수 없던 분노를 자신에게로 돌리게 되는 위험성까지도 분열성 성격에 담겨 있습니다.

 

 

Dr. SUJIN RHI

한의사(한국(한의 신경정신과), WA), 미국 공인 정신분석가(NCPsyA)

intinst.ed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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