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종지 속 들꽃

rainrain 2019.11.18 22:31 조회 수 : 68

             깨진 종지 속 들꽃

 

 

동네 수퍼 옆 벽돌담 모퉁이

쓰레기가 자유를 선언한 자리

강아지도 자유를 선언했던 자리

여느 집 가장의 절박한 마음이

전단지에 매달려 있던 자리

누군가의 그림자가 얼큰히 취해 있던 그 자리

 

지친 귀갓 길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목이 긴 들꽃 아이

한 줌 볕에 의지하며

새우 젓 종지 같은 깨진 그릇에

고인 빗물로 겨우 목을 축이던

 

메마른 땅

이름도 모르는 조그마한 들꽃 아이가

천진하게 피었다

 

긴 기다림이었을까

내 마음으로 성큼 안기어 가녀린 목을 뻗어 싱긋 웃는다

사금파리 한 조각 해맑은 미소로

 

어느덧 달무리 지는 밤

콩닥이는 작은 심장에도

비가 내리려는가 보다

 

————   조 소영 시인 님의 ‘깨진 종지 속 들꽃’ —-

 

 

 

옥상 구석 민들레가 핀다

 

단지 바람에 날린 먼지가 

갈곳을 잃고 겨우 서로를 부비며 

살아 가는 그런 날에,

날개 달고 기꺼운 바람을 타고

한 뼘 같은 자리에 앉아

꽃이 된다

 

노란 아이 새도우를 지우는

비가 오고

천진한 아이는 말간 미소로

묻는다 

 

기다림이 뭐야

 

목이 긴

들 꽃이 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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