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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화로 힘들던 와중에 맞이한 아버지와의 이별
-선우CEO 이웅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사의 체질을 IT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정보통신의 시대인 21세기의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때는 옷을 입기 위한 첫 단계인
재단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설립 후 10년 남짓 된 시점에서
한창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기존 회원담당 서비스팀 외에
정보통신 분야 인력을 크게 늘렸다.

99년도에 만든 정보통신연구소는

팀장1명, 팀원3명, 기획1명, 디자이너1명, 서버담담1명,
그 얼마 후에는 소프트웨어 보강을 위해

결혼문화연구소를 설립해서
두 개의 날개를 달았다.

두 연구소 인력만 해도 10명이 넘었다.
당시 결혼업계에 이런 연구소를 둔 회사는
선우뿐이었다.


나는 일단 결정하고 나면
앞만 보는 스타일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IT화였기에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올인했다.

내가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전문가의 권한을 존중했다.
연구소 직원들의 말은 무조건 수용했다.


연차를 많이 써도, 늦게 출근해도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늘 머릿속의 계산기를 가동하고
사업을 하는 상황임에도
필요하다면 돈이 얼마나 들어도 투자했다.

연구소는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는 IT인력이 많이 필요했던 때라서
그 희소가치로 인해
그들은 큰소리를 치며 일했고,
고용주들은 ‘찍소리’ 못했다.


그들을 얼마나 대접했느냐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시 종로5가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연구소용 사무실을 세팅한지 얼마 안되서
아직 에어컨이 없었다.


에어컨을 주문했더니 설치까지 며칠 걸린다고 해서
급한 대로 선풍기를 몇 대 놓고 돌렸다.


아직 한여름이 아닌데도 며칠 더웠던 적이 있었다.
연구소 직원들의 덥다는 말에
나는 얼음공장에서 대형 얼음을 주문해서
사무실 중간에 갖다 놓았다.


그만큼 연구소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버가 다운되면서 컴퓨터가 멈춰버린 일이 있었다.

아직 온라인 서비스 전이고,
전산망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던 때라서
큰 손실은 없었지만,
전산화에 투자하고 집중하던 시기에서

많이 실망했고,
고민과 상념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 무렵이었다.
99년 10월 13일로 기억된다.


정릉 사시는 고숙이 전화를 하셨다.
첫 마디가 이 말씀이셨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셨네. 조카."

60대 중반이 되시도록
다치거나 아프신 적이 없는 아버지셨기에
처음에는 무슨 말씀인가 싶었다.


그러더니 다음 말씀.
"근데 사고가 좀 크게 난 것 같아."

그 다음 말씀.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내가 받을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시려고
몇마디에 나눠서 아버지의 사고를 전하신 것이다.


그 순간의 충격이란 것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숨이 안쉬어지고,
눈앞이 안보였다.
눈물이 흐르는데,
수도꼭지가 고장난 것처럼
콸콸 쏟아졌다.


즉시, 택시를 대절해서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차로 4시간 반 거리였는데,
택시비가 35만원 나왔다.


1933년생이신 아버지는
굉장히 엄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감각이 뛰어난 낭만적인 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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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3형제 중 막내셨고,
수재소리를 들으며 집안의 기대를 받던 큰 형님이
일본의 사범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교감으로 재직하시던 중
좌익으로 전향하셨다가
6.25 전쟁 중에 소식이 끊겼다.

큰 형님의 그런 전력 때문에
가족들은 큰 고초를 겪었고,
번성했던 집안은 하루 아침에 몰락하고 말았다.


큰 형님이 무탈하셨으면
육사에 진학하시려고 했던 아버지는
어려워진 형편에 학업을 이어가실 수가 없었다.
이후 아버지의 삶은
격동기를 살았던 한국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살기 어려웠던 고향을 떠나
정릉4동에 터를 잡았다.


이후 몇 번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어머니가 계란 행상까지 하시게 되자
아버지는 화양리에서 만화가게를 여셨다.


내가 아버지 만화가게에 함께 살면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던 일화는
이미 앞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늘 빠듯한 형편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시느라
자식들한테 용돈 한번 주신 적이 없던 아버지가
딱 한번 5000원을 주신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게 하도 신기하고 감격스러워서
액자에 넣어 보관했다.

선우 초창기에 사무실을 자주 옮겨다니는 중에
그 액자를 분실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그 황망한 심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조선일보에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기사를 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모양이었다.

그 얼마 후 한국일보에서 광고를 싸게 내준다고 하여
같은 내용의 기사를 한번 더 냈는데,
내 심정과는 다르게
“아버지 갖고 장사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일도 있었다.

 

 

 

아버님영전에_바칩니다.jpg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곳은 선우-미국지사이다.
앨범에 있는 아버님의 사진을 바로 올리지 못해 죄송스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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