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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내 책상 앞에는 리스트가 몇장 붙어있다.
거기에는 결혼시켜야 할 회원들의 사진들이 빼곡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혹시라도 그분들을 잊어버릴까 싶어
늘 보고 기억하라고 그렇게 한 것이다.

“아무래도 결혼을 포기해야 할까 봅니다.”
“왜요?”
“한국에서는 장애 가진 남자가 결혼하기 너무 어렵고 힘드네요. 아무도 관심도 안 가져주고…. 저 같은 사람이 결혼을 생각하는 것도 사치인 것 같습니다.”
그의 쓸쓸한 말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너무 안타까운데, 나조차도 3년간 그를 소개 한번 못 시켰으니 그에게 더 기다려보라거나 용기를 내라는 말을 감히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한 여성이 호감을 갖고 교제를 하던 남성과 헤어지겠다고 했다.
“잘 만나시더니 갑자기 왜?”
“그 사람이 항우울증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네요.”
“몰랐습니다.”
“그러셨겠죠. 저도 몇 번 만난 다음에 알았는걸요…. 아무래도 마음의 병은 본인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래서요. 제가 감당이 잘 안 되네요.”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이렇듯 결혼상대로 부적격인 사람들도 있다.
돌아보면 내가 인연을 맺은 장애 싱글들이 15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중 남성이 130명, 여성이 20명 정도다. 여성 장애인이 비율상 적다기보다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결혼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결혼사업을 막 시작했던 시절, 나의 4번째 고객이 장애인이었다. 왼쪽 다리가 불편한 당시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는데, 회비 6만원을 받고 2명의 여성을 소개하기로 했다. 워낙 배고프고 어려웠던 상황에서 덜컥 가입부터 받았지만, 회원 수가 적고 장애인인 그를 소개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는 여성에게 그를 만나만 달라고 부탁을 해서 간신히 횟수를 채웠다.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장애가 있는 것을 빼면 꽤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혹시 만남이 잘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다. 하루에 약속이 2번이나 잡힌 것을 알고 그는 무척 기뻐했다. 하지만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그의 발걸음에서 미팅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의 일화는 오랫동안 내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고, 장애인들의 결혼문제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장애인의 결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복지사회로 가는 우리 현실에서도 장애인의 결혼은 복지의 개념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결혼은 봉사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개인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재혼남이다. 운동 중에 다쳐서 다리가 불편한데,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경제력도 있어서 여성을 만나는 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스스로 많이 위축되어 있다. 여성이 호감을 가지면 그 감정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기도 한다.

“제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 정도면 더 좋은 남자도 만날 수 있는데, 왜 저랑 만난다고 할까요? 혹시 양다리 아닐까요?”
“버선 속 뒤집어 보듯이 그 사람 생각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저를 만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답답해서 죽겠어요.”
이 정도면 몸뿐이 아니라 마음이 많이 아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많은 경험이 그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게 한 것이니까.
최근에 상담한 한 어머니는 경증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중매를 의뢰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서 생계 걱정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들보다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날 텐데, 혼자 남겨진 아들을 누가 돌봐줄 것인가. 이 문제를 결혼으로 해결하고 싶지만, 어느 여자가 아들을 남자로서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 그런 믿음이 없으면 며느릿감 찾기 어렵습니다.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게 되면 그 사람이 어떻건 다 왜곡하게 되거든요.”
“사지 멀쩡한 여자가 부족한 우리 애 좋다고 하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겠죠. 그런 걱정을 하면 내 친구들은 그럼 처지가 비슷한 여자와 결혼시키라고들 합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일반인 여성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걱정되시면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게 장애인 여성과 만나게 하시는 게 더 마음이 편하실 텐데요.”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내 아들이 부족하니까 지 짝은 그래도 더 건강하고 똑똑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제가 너무 욕심이 많죠?”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 배우자 선택에는 이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변에 이런 가정이 너무 많다.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부분인데, 그동안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함께 가 아니면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이다. 많은 장애 싱글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접하면서 어느새 그들의 결혼은 내 인생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내가 IT화를 서둘렀던 이유 중 하나도 장애인들의 결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맞선은 첫인상이나 느낌의 영향이 많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좋은 인상을 주기 쉽지 않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알게 되면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위축감이 덜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도 있고, 상대방 또한 장애를 실감하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원거리에 있더라도 소개가 가능해서 훨씬 확률이 높아진다. 이제 장애 싱글들의 만남에 필요한 인프라는 갖춰졌고, 본격적인 중매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다. 중매처럼 잘 세팅된 만남에서 굳이 장애인을 만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000님 전화 요망’

책상에 놓인 메모지를 보면서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뇌성마비 장애인인데, 1년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전화를 걸어온다. “자신을 차별하는 거 아니냐”, “지금이 어느 땐 데, 장애인 소개를 못 시켜주느냐”, “소비자 단체에 신고하겠다”는 등 약간의 협박성(?) 언사부터 “대표님 아니면 결혼시켜줄 사람 없다….”는 애절한 부탁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호소해오고 있다.
오늘도 외부에서 상담 중에 몇 차례 전화가 걸려온 것을 받지 못했더니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그를 탓하지 않는다. 귀찮아하지도 않는다. 미안할 따름이다. 부모에게 유독 마음이 아픈 자식이 있듯이, 내게 장애 싱글들이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길을 가야 하는 것, 나라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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