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이웅진의 만남과결혼]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의 불안한 신혼생활 2편

작성자
SUNOO
작성일
2018-02-14 20:44
조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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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계속>

행복한 나날 대신 불편한 왕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데렐라


 


 























숨 막히는 왕실에서 내가 믿을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다.
비록 재투성이로 구박을 받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낯선 왕실로 들어왔을 때
나는 우리의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남편의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나를 보는 시선이 가끔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마치 집채만 한 파도가 나를 덮치는 한없는 절망감을 느꼈다.

보통의 부부였다면 남편에게 교태도 부리고, 베갯머리송사라도 해서 남편 마음을 붙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왕실에서는 합방하는 날도 정해져 있고, 내가 원한다고 남편 얼굴을 볼 수도 없으니 남편 마음이 멀어져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왕실의 환경에 익숙해서 그런지 나만큼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법도에 어긋난 나의 행동을 넌지시 꾸짖기도 했다. 평범하게 연애도 안 했고, 서로 나고 자란 환경이 너무 달라서인지, 나는 남편이 참 어려웠다. 하고 싶은 말도 꾹꾹 눌러야 했고,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요구하지 못했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그의 사랑에 더 목마르고 초조했던 이유가 있다. 시어머니인 왕비님이 지인들을 초청해서 티타임을 가진 어느 날, 내가 접대실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그 안에서 오가던 대화 몇 마디를 듣게 되었다. 내 결혼을 둘러싼 얘기여서 더 크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고부갈등.  “평민 며느리를 보시니까 어쩌신가요? 마마.”














“내가 요즘 마음 수양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그 아이를 이해해보려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세요?”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부족한 게 많으면 노력이라고 하던가. 조실부모 했으니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기를 했나, 할 줄 아는 건 밥하고 청소나 하는 건데, 우리가 뭐 우리가 집안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예전에 왕자와 혼담이 오갔던 백작 영애 있잖아요. 참 교양있고, 예쁜 사람이었는데….”

“어디 그 사람뿐인가요? 딸 있는 귀족 가문에서는 다 왕자를 탐나 했지요.”














시어머니 입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얘기가 나오고, 남편 주변 여자들 얘기까지 나오자 난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르렀다. 숨이 막혔다. 이제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마당에 내 존재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치 어둡고 광활한 우주에 나 혼자 떠도는 심정이었다.
결혼해서 1년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왕실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이 나를 찾는 날이 점점 뜸해지고,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여자를 만나더라도 알 수가 없으니 나는 매일 지옥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해야 하는 공부도 소홀해지고, 시어머니의 꾸중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 마음에서 왕실과 결혼에 대한 미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고, 가꾸는 것이 아닐까. 남편을 먼발치에서나 보고, 식탁에서나 만나고, 연회에 참석할 때나 옆자리에 앉아 보는 상황에서 내가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침실에 들었다. 내가 망설이는 모습을 눈치 챘는지 남편이 말을 재촉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한테 나는 아직 여자예요?”

“그게 무슨….”

“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매력도 없고….”

“그게 다 당신 자격지심 때문이야.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당신 변한 게 내 탓이란 말인가?”














남편의 태도에 절망했다. 난 대화를 원했을 뿐인데, 남편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내 콤플렉스 탓인 양 일언지하에 몰아치니 더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날 우리 부부는 등을 돌린 채 잠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너무 달랐고, 또 너무 서로를 몰랐다. 남편은 나를 처음 만났던 그날의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오로지 나를 찾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고, 나 또한 갑갑하고 힘들었던 생활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란 것이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해주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나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지 못했다. 부부는 완전 남남인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서로 적응하고 익숙해지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그 무엇도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자포자기했던 것 같다.
자꾸 졸리고, 뭔가 먹고 싶었다.
무기력하게 있다가 정신이 들면 먹을 것을 찾았다.
한때 주변의 칭송을 받던 나의 미모는 빛을 잃어갔고, 초롱초롱하던 내 눈빛도 흐릿해졌다.
살이 쪄서 그 많은 드레스를 하나도 입지 못했다.
아름다움이 나를 떠나자 이제 왕실 연회나 만찬에서 나의 자리가 없어졌다.
시어머니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나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 거기에 동조했는지, 나를 방어해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소외되었으니 그 사실 여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며칠째 잠을 못 이루자 나는 가끔 복용하던 수면제의 용량을 늘렸고, 그 부작용으로 의식을 잃어서 며칠 만에 깨어났다. 주변에서는 내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나마 나를 이해하는 나이 든 시녀가 가끔 왕실의 소식을 전해주는데, 수면제 사건으로 시아버지인 국왕이 진노했다는 것, 시어머니가 예전에 남편과 혼담이 있던 귀족 영애를 자주 왕궁으로 부른다는 것 등등의 소식을 전해줬다.


 나는 자신을 설명하고, 지켜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들의 말대로 나는 어쩌면 자살시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런 일을 빌미로 왕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인지도…. 예전의 구박받던 재투성이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 차라리 그때는 내 마음대로 소리 지르고, 행동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손톱만큼의 자유도 없다. 왕실 사람들은 이혼할 수 없다고 한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결혼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도 있다. 이대로 살다간 내 정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결혼식을 하던 그날이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였다는 것을. 모든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는 아주 극적이고 지극히 짧았던 클라이맥스. 그리고 내리막길이었다.

세상은 나를 두고 결혼으로 인생역전을 했다고 부러워하고,
나처럼 결혼한 여자를 두고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그들이 아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였던 왕자님과 결혼하는 그 대목까지다.
동화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는 절대 행복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동화의 그 이후를 현실적으로 구성해봤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 결혼의 로망은 존재해왔고, 그래서 신데렐라 스토리도 영원한 생명력을 갖는다. 신데렐라는 여전히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고, 그 스토리의 허구를 잘 알고, 결혼의 속성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특별한 결혼을 꿈꾼다. 오늘 만난 신데렐라는 이미 우리가 예상하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차마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결혼의 환상을 스스로 깨는 것이니까. 하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를 통해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가상의 뒷얘기가 아닐까 싶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 서로 공감할 수 없는 관계는 끝이 어떨지 분명하다.
결혼은 결코 ‘….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얼버무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 행복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 순간순간의 이야기로 채워져야 한다.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까.
물론 그 스토리를 채워가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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