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이웅진의 만남과결혼]마흔여섯 딸 결혼시킨 팔순 아버지의 인간승리

작성자
SUNOO
작성일
2018-02-21 00:55
조회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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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매한 커플의 결혼 소식을 듣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어르신, 축하합니다. 미국과 한국 그 먼 길을 몇 번이나 다니신 보람이 있으시네요. 사업도 성공하시고, 그렇게 바라던 사위까지 보게 되셔서요.”














아버지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로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대표 덕분입니다. 늙은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부담을 주었는데도 인상 한 번 안 쓰고 다 맞춰주셨잖습니까. 하여튼 수고 많았습니다. 내 한국 가면 술 한잔 크게 사겠습니다.”














 


이분은 프리미엄조선 중매이야기 55회 주인공이다.
미국에 가서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두고,
지역 사회에서도 명망 있는 분인데,
70년생 큰딸을 결혼시키려고 팔순의 노구를 이끌고 몇 번이나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분이다.

 














“죽기 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왔으니, 내 심정 좀 이해해주세요.

내 딸 결혼하는 거 보는 것이 딱 하나 남은 소원입니다.”














처음 연락이 닿았던 6개월 전, 그분은 무척이나 간절하고도 비장한 어조로 내게 말했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큰딸이 최근 결혼날짜를 잡음으로써 결국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당시 내가 소개한 4년 연상의 남성이 미국에 가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잘 안되었다.
예전에야 중매라는 것이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요즘은 데이트에 이미 국경이 없어진 시대다. 전화번호를 아는 순간부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거리 제한 없이 생동감 있게 데이트가 가능해졌다. 미국에서 첫 만남을 가졌던 두 사람도 그렇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서로 조금씩 호감이 생기던 차였다. 그런데 남성의 노총각병이 문제였다. 본인도 40대 후반이면서 여성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형님. 다 좋은데, 같은 조건에 나이가 몇 살이라도 어렸으면 참 좋은데….”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마요. 그런 여성이 00씨를 만날 것 같아요? 지금 두 번 다시없는 기회가 온 건데…. 지금 00씨가 할 일은 딱 한 가지,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 같은 연령대 남성들이 결혼한 여성과 비교를 해야 하는데, 젊을 때 만났던 여성들을 자꾸 염두에 두고, 나이 타령을 하는 것이 노총각 병이다. 내가 분명히 주의를 주었건만, 그는 결국 술김에 그 여성에게 전화로 결별을 선언해 버렸다.


“이 대표…. 미국에서 잘 만났고, 엊그제까지도 전화연락 했다는데,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건지….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얘기하면서 전혀 그런 느낌 안 받았고요. 휴가 때 다시 만나자는 말도 했는데…. 그럼 제가 거절을 당한 건가요?”

아버지와 딸이 연달아서 내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왔다. 황당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격이 된 그에게 더는 뭐라고 해줄 말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느긋했다.


“이왕 늦은 결혼인데, 마음에 확 와 닿지도 않는데, 끌려가듯 하고 싶지는 않네요. 설마 기회가 없겠어요. 어딘가 제 인연 한 명쯤은 있겠죠.”














그는 그렇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아버지의 국제전화가 다시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 뭐 인연이 아닌 사람은 잊어버리고,
더 좋은 사람 만나면 전화위복이 될 테지요. 내가 한국에 갈 테니 얘기 좀 다시 해봅시다.
어르신, 먼 길 굳이 오실 거 없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다시 찾아 드리겠습니다.
자식 혼사만큼 중한 일이 어디 있어요. 3주 안에 갈 테니 그때 만납시다.
아버지의 이 말은 3주 안에 딸의 맞선 상대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70년생 마흔 여덟 된 딸을 위한 중매가 다시 시작되었다. 먼저 남성의 일을 겪고 나니 더 좋은 상대를 찾아주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두세 살 터울, 그 남성보다 연봉도 더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남성들을 찾아보니 200여명 되었다. 이틀에 걸쳐 일일이 다 확인을 해서 그 중 30~~40명을 먼저 정한 다음에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해서 18명을 선정했다. 그리고는 하루에 1~2명씩 약속을 잡아서 그들을 전부 만나봤다.

행정고시를 패스한 인상 좋은 공무원은 자신은 공직에서 성공할 포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있는 미국에 가서 살 수는 없다고 했고, 한국에 파견된 글로벌 회사 직원은 연봉 50만불, 발전 가능성이 많았음에도 바람기가 있어 보여서 그녀와 같은 착한 여성에게는 맞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다 만나보고 최종적으로 3명의 남성을 결정했다. 미국 교포로 한국 지사에 파견 나와있는 남성, 로펌에서 근무하는 국제변호사,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공기업 직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3명 다 그녀와 두 살 터울이었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는 여성 나이가 좀 많다고 망설였지만, 나는 강력하게 10가지 중 나이 하나만 포기하면 9가지 다 갖춘 여성을 만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남성들에게 여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여성 아버지에게도 사진 잘 찍어서 보내달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여성 부모님이 먼저 한국에 와서 남성들을 만나보고 여성이 와서 맞선을 보는 걸로 얘기가 되었다. 부모님이 한국에 오기 전에 남성들에게 여성의 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사전에 연락해서 얘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여성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미국 교포 남성이었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서인지 두 사람 사이에는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졌다. 국제변호사 남성은 인기남이라서 그런지 자기가 먼저 뭘 해야 한다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이메일 한두 번 보내고 그만두었다고 한다. 공기업 다니는 남성은 여전히 여성이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그런 만큼 태도도 소극적이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났고, 여성 부모님이 한국에 왔다.

“이 대표. 나는 3주라고 얘기하면서도 설마 설마 했는데, 시간 참 잘 지키네요. 수고 많았어요.”

“어르신, 인사는 따님 결혼 결정되면 정식으로 받겠습니다.”


 
결혼엔 나이가 큰 문제 아니다.
한국 오면서 몸살이 났다는 일흔아홉 아버지는 고급 양주 한병을 내밀었다.
그 가격을 떠나서 고객에게서 뭔가를 받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아버지 성의를 봐서 받았다. 덕분에 내 마음은 더 무거워졌지만 말이다.


마음이 급했던 여성 부모님은 도착한 다음 날부터 남성들을 차례로 만났다. 우선 딸과 가장 많이 연락하면서 호감이 커졌던 교포 남성부터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겸손하고 유머감각이 있는 밝은 성격의 남성이었다. 거기다가 그는 결정적으로 여성 부모님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았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자리를 비운 남성이 먼저 커피 값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계산이 정확한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것이 배려심이라고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다음날 국제변호사를 만나는 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은 나는 그에게 힌트를 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이 남성은 약속에 늦어서 말해줄 기회가 없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는 얼마 안 되는 커피 값을 안내는 바람에 점수를 잃고 말았다. 공기업 남성은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만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누구에게 가장 마음이 쏠렸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서 여성이 한국에 와서 남성들을 직접 만났다. 첫 날 교포 남성을 만났는데, 그녀의 도착시각을 알고 미리 공항에 나간 그의 깜짝 마중 덕분이었다. 회사에 반차를 내면서 여성을 마중 나간 남성의 정성은 여성을 감동시켰다. 남성 역시 여성의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좋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약속이 되어 있던 터라 여성은 나머지 두 명도 만나기는 했다. 두 남성도 여성이 나이에 비해 동안이고,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여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려했던 마음이 싹 가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남성들과의 대화, 그리고 부모님과의 만남 등을 고려해서 여성은 교포 남성만 계속 만나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00님. 다른 분들도 한 번 더 만나고 싶어하는데, 그렇게 빨리 결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계산적인 거죠. 마음에 드는 분이 있는데도 다른 분을 만난다는 건 모든 분에게 매너가 아닌 것 같아서요. 제 생각을 한번 믿어볼래요.

여성이 한국에 머무는 1주일 동안 두 사람은 여러 번 만났고, 개인 볼일이 있다는 여성을 위해 남성은 휴가를 내고 길 안내까지 했다. 여성이 미국으로 간 후 남성은 미뤄둔 여름휴가를 내서 본가도 들를 겸 미국에 가서 여성을 만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선 두 사람은 다른 주에 있는 남성의 본가로 갔다. 여성이 감동한 일이 있었다.
공항에서 남성 가족들이 꽃다발을 들고 마중을 나와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남성 부모님이 여성에게 아들을 좋게 봐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서 그 감동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만남 이후로 두 사람이 급격히 가까워진 것은 당연한 일. 곧 남성이 프러포즈했고, 내년 1월에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번 오셨을 때 주신 양주는 초등학교 동창 3명이랑 앉은 자리에서 다 비웠습니다. 저 술 한잔 사주시려면 한국에 또 한 번 나오셔야겠는데요.”

“여태까지야 딸애 걱정하느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는데, 이번엔 이 대표 핑계 대고 가서 재밌게 놀아볼까요?”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며 무거운 짐을 다 벗어 홀가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나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다 시원했다.

마흔여섯 여성의 만남 과정을 보면서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고, 가족의 관심과 지원,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이성상에 대해 조금만 마음이 열리면 좋은 만남의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렇게 되면 골드미스 30~40%는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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