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이웅진의 만남과결혼]21세기 新결혼풍속도, 맞선 뒤에 부모들

작성자
SUNOO
작성일
2018-02-28 00:13
조회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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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얼마 전 아들이 내가 소개한 여성과 맞선을 보았던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였다.

“ 반응이 너무 밋밋하네요.
적극적이지가 않아요. 확답을 줘야 우리도 움직일텐데..”
어머님. 만난 지 겨우 2주 되었습니다.
만난다, 안만난다,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인가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몇 개월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내 말이 길어진 이유는 어머니가 억지를 부리다시피 해서였다.
아들에 대한 프라이드가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대개는
남성이 먼저 움직이는 남녀 만남에서 여성쪽이 확실하게 결정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자랑할 만하긴 했다.
전문직, 돋보이는 외모에 미국 명문대 유학파이고, 부모님이 명문대 교수이고, 돈이 있는 집안이었다.

아드님은 여성분 만나고 뭐라고 하던가요?더 만나볼 의향이 있다던가요?
.. 싫지는 않은 눈치예요. 저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만난다고 하네요.
그럼, 아드님이 먼저 연락을 해보면 되잖습니까?
느 한쪽이 적극적이어야 한다면 남자 쪽인 게 모양새가 좋죠.
글쎄요.


어머니는 처음 가입을 할 때도 아들 대신 본인이 했고, 상담도, 추천받은 여성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도 다 어머니가 나서서 했다. 어머니를 중간에 두고 아들과 나의 간접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어머님, 여성도 호감이 있는 것 같으니
아드님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잘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아들 애가 아쉬운 게 없어서 그런지 좋지도,
싫지도 않다고 그래요.
맞선을 보러 나왔을 때는 결혼을 염두에 둔 건데..
아드님처럼 뜨뜻미지근하면 열 번, 백번을 만나도 안되죠.
다른 분을 만나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다시 한번 얘기를 해볼께요.


어머니는 자신 없다는 말투로 얘기를 마무리했다. 부모님이 나서서 중매가 이뤄지면 사실 당사자를 직접 대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번거롭기는 하다. 얘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내가 직접 당사자와 얘기하면 몇마디로 될 것을 부모님이 중간에 끼면 열 마디, 스무 마디로 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식 결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부모님이 늘어서 이런 상황이 많다보니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이라 자식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연륜이 있어서 상황파악이 정확해서 일을 진행하기가 용이한 부분도 있다.

하여튼, 두 사람 모두 자타 공인 잘난 사람들이다 보니 먼저 연락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딱부러지게 거절하기도 찝찝한 그런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상대 여성 또한 어머니가 대신 가입을 한 케이스다. 명문대를 나온 늘씬하고 인상 좋은 이 여성은 6개월 전부터 소개를 받고 있는데, 한번도 퇴짜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호감을 주는 스타일이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6개월 동안 여성과 직접 통화한 적은 한번도 없고, 어머니가 대신 나서서 일을 진행해오고 있다.

 








평생 자녀 인생을 A/S하다 보니














부모님이 자녀 대신 결혼문제에 관여하는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갈 때마다 강호의 고수 같은 어머니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 7-80년대 젊은 시절에 이민을 가서 성공한 후 5-60대가 된 지금은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던 그 열정을 자녀의 결혼에 쏟아붓고 있는 분들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연락을 해서 잘 알게 된 한 여성은 금융 컨설턴트로 꽤 인정받고 있는 재원인데, 이 여성 역시도 어머니가 중간에서 게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본인 사정이나 상대편 사정으로 불발로 그쳐서 아쉬운 참이었다.
그러다가 아들 중매를 의뢰한 다른 어머니와 만났다. 이후 1주일도 안되는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전화를 하며 아들 결혼에 대한 초조한 마음을 드러냈다. 급하게 서둘러서 절대 되는 일이 아닌 게 중매라서 여유를 갖자고 어머니를 설득하는데, 문득 그 여성이 생각났다. 이외에 3명, 총 4명의 여성을 추천했는데, 모두 당사자가 아닌 어머니나 아버지와 연락을 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계가 아닌 현지 외국인과도 결혼 의향이 있는 자녀 세대와는 달리 부모님 중에는 한국계를 고집하는 분들이 적지 않고, 그래서 한국보다 더 자녀 결혼에 개입하는 경향이 강한 점도 있다. 아들은 4명 중에 두 번째 여성을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그 남성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어머니도 따님과 어울린다고 한 남성인데, 따님은 어떤 면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던가요?”

“그 청년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일이 있었는데요, 한달 전에 딸애가 소개받은 거 아시죠? 그때 만난 사람이 매너가 안좋았던가 봐요.”

“그런 일이 있었나요?”

“딸이 화를 막 내면서 다신 그 회사 소개는 안받겠다고..”














이런 경우도 당사자와 직접 통화했다면 자세한 사정을 파악해서 오해가 있으면 풀고, 우리쪽 잘못이 있다면 사과를 하고,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데, 여성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달받다 보니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처음에 생각했던 금융 컨설턴트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니 딸이 지금 여행 중이라고 했다.
 














“언제 돌아오나요?”

“그게… 큰 프로젝트가 끝나고 보너스 겸 미뤄둔 휴가를 한꺼번에 쓰는 거라서 한 열흘 정도 걸린다네요.”

“그렇게나 오래요? 남성쪽에서 연락을 기다리는데..남성은 지금 당장이라도 따님 있는 곳으로 갈 용의도 있거든요. 일정을 당기면 안될까요?”

“딸아이한테 연락을 해볼께요.”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딸을 설득했고, 곧 돌아오니까 사흘 후에 약속을 잡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남성 어머니의 전화 공세다.














“어머니, 아드님은 여성분 잘 만났다던가요?”

“못만났어요. 그분이 약속을 미뤘어요,.”

“아니, 어째서..”

“여행 간 곳이 너무 재밌어서 바로 돌아오기가 그렇더래요. 그래서 아들한테 전화를 걸어서 양해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바쁘게 사는 사람이 모처럼 여행을 갔으니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제가 아들한테 애기했어요, 아들도 그렇게 이해를 했고요.”

“다행이네요.”














이러다 보니 20년 전보다 중매가 2배 이상 힘들어졌다. 과거에는 당사자와 연락을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부모님들까지 얘기를 해야 되니 말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자녀수가 줄어서 1-2명 밖에 낳지 않다 보니 자녀의 미래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당연하고,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중매쟁이의 숙명이려니 한다. 자녀 인생을 평생 A/S 하는 부모님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건 나도 부모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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