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만남과결혼] 2번 이혼하고 3번째 재혼을 원하는 60세 남자 속사정 1편
뭔가 황당하거나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들으면
우리는 흔히 “드라마 같다”고 한다.
세상에는 드라마 같은 얘기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이는 그리 많이 먹지 않았지만,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만났던 나 역시도
드라마 같은 사연을 종종 접하곤 한다.
그 중 한명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3번째 재혼을 생각하는 60대 남성이다.
미국 교포인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은 예전에 사업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소개했고,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2번 이혼을 했고, 다시 재혼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에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제가 60살인데, 재혼시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2번 이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죠. 미국이야 문제가 있으면 다 변호사 끼고 해결하잖아요. 2번 이혼하는 데 소송비용만 몇십만불 든 것 같네요.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결혼이 지긋지긋하신 건 아니고요?”
“서로 안 맞으니까 헤어진 거고요. 맞는 사람 만나면 잘살 수 있지 않겠어요?
“왜 이혼을 하셨습니까?”
나의 돌직구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마따나 지긋지긋한 이혼을 얘기하기 쉽지는 않아 보였다. 여차여차 해서 이혼했다는 사연은 여느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있을 법했다. 그런 차에 그가 문득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혼소송 판결문, 건강진단서, 그리고 연방법원 판사를 지낸 증인의 진술서였다. 법원 판결문을 보자 그의 이혼사유가 뭐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그가 전처에게 지나친 성관계를 요구했고, 그녀가 거절하는 과정이 언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건강진단서를 봤다. 60대 남성치고는 건강하다는 진단이었는데, 특히 성 기능이 정상이라는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다른 대목보다도 자신의 성적인 능력을 어필하고 싶어서 이 서류를 내게 보여준 것 같았다.
그가 들려준 인생 스토리는 파란만장했다.
그가 하는 일은 건물관리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한국식의 건물관리인이 아니라
건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몸값을 올려주는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며,
알만한 사람은 알 정도로 일을 잘했다는 게 그의 자평이었다.
연방법원 판사의 부인이 그에게 자신이 소유한 건물 몇 개의 관리를 맡겼는데, 워낙 성실해서 건물관리는 물론 비서나 집사처럼 그 집안일까지도 해줘서 신뢰를 쌓았고, 그 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맨해튼에 있는 건물 한 채를 싼값에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인 판사가 그 사실을 증명하는 확인서까지 써준 것이다. 그 서류가 아니었으면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졸지에 수백만불 짜리 건물 주인이 된, 그야말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말이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