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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한 30대 초반의 동갑내기 부부는

신혼집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 난처할 수도 있는 상황을 아주 현명하게 해결했다.

 

양가 부모가 다 서울에 거주하는데 남성은 외아들, 여성은 막내딸이라 두 사람의 부모는 그들 부부가 가까이 살기를 원했다. 요즘엔 여성의 연고지 쪽에 신혼집을 얻는 경우가 많고,

사실 여성도 친정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사는 집은 친정과는 멀잖아요?”

“네, 일부러 그랬어요.”

“왜요? 직장생활하고,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친정 가까운 게 좋을텐데.”

“부모님 가까이 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우선은 시집 입장에서 아들 부부와 가까이 살고 싶었는데, 며느리 친정 근처로 가면 서운해할 것이고, 남편 입장에서 처부모와 자주 접하는 게 마냥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신랑은 ‘여자가 편한 쪽에서 살아야 한다’며 제 선택을 따르겠다고 했는데

저희 언니, 오빠 의 결혼생활을 보니 불협화음도 있더라고요.”

 

무뚝뚝한 형부와 활달한 친정 엄마는 자주 부딪혔다고 한다. 또 친정 엄마는 맞벌이하는 언니네 조카 둘을 키우다가 허리, 손목 다 아픈 ‘손주병’에 힘들어했고, 그래서 오빠네 조카는 키우지 못하겠다고 했다가 오빠 부부가 서운해하는 바람에 한동안 서로 껄끄러웠다고 한다.

 

“그게 다 서로 가까이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차라리 양쪽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살기로 한 거죠.”

“절충안을 찾은 거네요, 현명하기도 하고요.”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이렇게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부처럼 양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곳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혼집의 이동은 지난 수십년 간의 경험을 통해 부작용을 겪으면서 찾은 나름대로의 해결책이다.

 

대가족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는 결혼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대개는 남편의 친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아이들을 많이 낳아도 집안에 어른들이 있어서 큰 걱정 없이 키웠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분가가 일반화됐고, 많은 경우 여성의 연고가 있는 곳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그렇게 되니 여성 가족의 지원으로 결혼생활은 편해졌는데, 지난 시절 고부갈등과 같은 비슷한 양상의 역고부갈등, 즉 장모와 사위 간의 장서갈등이 빈번해졌다.

 

게다가 조부모 육아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젊은 부부들 사이에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결혼을 해서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대부분 육아 때문인데, 저출산 사회에서 육아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예전보다는 아이를 키우기가 수월해진 것도 신혼집 이동의 이유가 된다.

 

신혼집 이동은 이제 막 시작된 변화지만, 남성이 집을 마련하는 결혼문화가 이제는 여성도 어느 정도 비용을 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듯이, 합리적인 젊은 세대의 새로운 결혼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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