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망각 속에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작성자
SUNOO
작성일
2020-12-31 00:08
조회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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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이 들려주는 미국 싱글남녀 이야기




엊그제 친분 있는 요양원 원장님으로부터 한 여성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다. 75세에 세상을 떠난 그녀와의 오랜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평생 싱글로 살았던 그녀를 처음 만난 건 25년 전인 90년대 중반으로 당시 나이가 50세였다. 대학 나온 여성이 드물었던 때에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그녀는 잘 나가는 여성이었다.



무슨 연고로 그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인의 소개로 나를 찾아왔을 때는 결혼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지적이고, 품위있고, 능력있는 그녀가 참 좋아보여서 어떻게든 소개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90년대만 해도 50대 여성이 만날 수 있는 남성들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재혼 남성을 소개하기에 그녀의 이상이 높았다. 결국 그녀는 몇 번의 만남도 갖지 못한 채 소개받기를 포기했다. 본인 생각보다 높은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만 것이다.



회사에서 은퇴한 그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두 분이 세상을 떠난 후 쭉 혼자 살았다. 형제 자매가 있었지만, 멀리 떨어져 살아 왕래가 적었고, 그마저도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거의 남남처럼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 5년 전 쯤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분이 운영하는 요양원에 들어가게 돼서 그분을 통해 가끔 그녀 소식을 들었다.



가족이 있었다면 초기 치매는 치료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다. 부모님까지 모시면서 형제 자매의 짐을 덜어준 그녀였지만, 정작 치매에 걸린 그녀는 그들에게 짐이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평생 일하며 모은 재산이 있어 돈 걱정 없이 요양원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안쓰러웠다.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다. 회사생활도 성실하게 했고, 부모님도 정성껏 잘 모셨다. 열심히 산 인생 끝이 외로움이다. 참 인생이 덧없다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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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들려온 소식은 그녀가 요양원에서 한 남성과 특별한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요양원 원장님 말로는 그 남성 역시 치매를 앓고 있는데, 부인과 사별 후 10여년을 혼자 살다가 요양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요양원에서 함께 지내는 부부도 있는데, 그분들보다 더 부부 같아요. 식사도 같이 하고, 취미활동, 치료도 같이 받아요. 잠만 따로 자는 거죠.”



여성의 상태는 치매가 진행되어 기억을 많이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알게 된 지 불과 2년 정도 밖에 안된 남성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같아서 주변에서도 신기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건강하고 정신이 맑을 때는 아무도 못 만났다가 치매가 온 후에 찾아온 사랑을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그녀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비워뒀을 마음 속 빈 집에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뻐하고 축복했다.



두 사람은 가족의 동의와 요양원 원장님의 협조로 함께 지내게 됐다. 늙고 병든 두 사람이 서로를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은 보기 좋으면서도 마음 짠했다고 원장님은 전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몇 개월 만에 끝났다. 그녀는 폐렴을 앓고 나서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졌고, 갑작스럽게 위독한 상태가 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남겨둔채.



홀로 외롭게 산 세월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행복을 오래 누리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 순간이 외롭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본 수만번의 만남이 사랑의 역사다.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 삶의 순간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생각도 잠시, 삶은 현실이다. 그녀의 삶은 혼자 노후를 맞이해야 하는 싱글들의 미래일 수도 있다. 늙고 병들었을 때 혼자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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