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칼럼

“원 없이 사랑해서 후회 없다”는 55세 그녀

Author
SUNOO
Date
2021-03-31 09:06
Views
612

| 이웅진의 '싱글족에게 골든라이프는 없다'




미국 뉴저지에 출장갔을 때다. 그곳은 한국인 배우자, 며느리, 사위를 찾는 교포들이 많아서 머무는 내내 면담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 나이로 55세인 여성이 메일로 면담 신청을 해왔다.



“원없이 사랑도 했습니다. 사랑에 관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한국 남자가 싫었고, 그래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이혼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다시 한국 남자가 만나고 싶더군요.”



55세면 나이 따지는 남자들은 ‘시든 할미꽃’이라고 할 나이다. 그 나이대 여성들은 이성을 만나고 싶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세월 앞에서 기죽지 않고 사랑을 찾는 이 여성의 당당한 태도에 흥미가 생겼다.



한국에서 중위권 대학 졸업, 글로벌 회사에 근무하다가 미국인과 결혼, 미국에 온지 25년, 이혼한지 10여년, 두 딸을 모두 로스쿨에 보냈다. 이 정도의 프로필만을 접한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쪽을 보고 있는데, 내 시선을 사로잡는 한 여인이 등장했다. 늘씬하고 세련된 모습이 언뜻 40대 중반으로 보이기에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데, 나를 알아보고는 자리로 다가왔다.



“너무 젊어보이셔서 다른 분인 줄 알았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랑을 많이 해보셨다고 해서 무슨 말씀인가 했는데, 직접 뵈니까 매력적이셔서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스물 세 살 때 스위스계 글로벌 기업에 들어갔어요. 회사 특성상 중역분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었는데, 프러포즈를 많이 받았어요. 연애도 많이 했고요.”

“한국 남자가 싫으셨다는데, 외국인들을 많이 보셔서 그런가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한국 결혼문화가 싫어서죠. 아픈 기억이 많네요.”




그녀는 지나온 삶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미혼 때의 일이다. 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한 의사가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제를 시작했는데, 결혼 얘기가 오고갈 무렵 열쇠 3개를 요구하더란다. 그럴 돈이 없다고 했더니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고위 공직자와 젊은 시절에 사귄 적이 있는데, 어느 날 그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을 출세시켜줄 만한 능력있는 여자를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 근데 넌 그런 능력이 없다.”



그녀는 어렵게 키운 아들이 성공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고, 미련 없이 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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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한국이 싫어졌고, 그런 이유로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다. 그 회사의 CEO가 프러포즈를 했고, 당시에는 일이 좋아서 거절했는데, 그러면서 외국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인과 결혼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딸이 둘인데,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예요. 밤에 아이가 많이 우는데, 잠이 깬 그 사람이 내 배를 차더군요. 왜 애를 잘 안 돌봐서 잠을 깨게 만드냐고요.”



“주위에 선생님 좋아하는 분 많았는데, 그분과 결혼하신 이유는요?”



“한국 남자들에게는 없는 패기가 있었다고 할까요? 그 사람 전재산이 1500만원 있었는데, 그 중 1000만원을 나한테 프러포즈하는 데 쓰고 나머지 500만원을 갖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어요.”



“그건 패기가 아니라 무모한 거죠. 현실감각이 없거나.”



“그러게요. 어렸던 거죠.”



결국 성격차이로 남편과 이혼했다. 홀로 직장생활을 해서 두 딸을 키웠다고 한다. 이런 경우 대개는 자식들 크는 거 보면서 사는데, 그녀는 꾸준히 연애도 했고, 재혼 생각도 했다고 한다.



“왜 다시 한국 남자가 좋아지셨어요?”



“살아보니 미국 남자는 너무 합리적이라고 할까요. 잔정이 없어요. 사랑한다는 말은 참 많이 해요. 근데요. 아프다고 하면 미국 남자들은 병원 가서 치료하라 이게 끝이에요. 한국 남자들은 어디 아프냐, 이마에 손도 얹어보고, 병원에 같이 가자, 그렇게 걱정을 해주잖아요.”



“그건 환상이에요. 같이 안 살아보셔서 모르시는구나. 그동안 한국 남자들은 안만나보셨어요?”



“몇명 만나봤죠.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은 정력적이었어요. 결혼도 생각했는데, 가족문제가 걸려서 잘 안풀렸어요. 또 한사람은 성공한 기업가인데, 바람둥이여서 그만뒀고요.”



“어떤 남성분이 좋으세요?”



“물론 성적으로 잘 맞아야 해요. 그리고 건강한 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대화에 집중했다. 그녀의 다이나믹한 인생에 대해 들으면서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여성이 사랑을 포기하는 나이에 자신있게 도전하는 여성. 끊임없이 사랑을 찾고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 시드니 쉘던의 ‘게임의 여왕’의 주인공처럼 세월의 벽을 넘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멋진 여성이었다. 이제 내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멋진 남성을 찾아줄 차례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Since 1991,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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