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시애틀 여름

이병일 2009.08.17 07:01 조회 수 : 1872

이병일그 해 시애틀 여름은
후끈한 열기와 끈적한 바람으로
적당하게 간이 베어 있었다.

그 해 여름은
툭하면 내리던 가랑비 따위도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태양은 새벽 잠도 없이 치솟곤 했다.

그 해 시애틀 여름은
잊었던 고향의 여름을 불로 오곤 했다.
후즐근한 장마로 시작하던 고향의 여름,
물난리와 찌든 궁기가 적당히 버무려져
생존의 눈치만 키워 준 시절이었다.

수도 없이 여름은 지나 갔고
세월의 나이태는 투박해져 가는데
문신처럼 남은 고향의 여름은
잘 익어 가는 시애틀의 여름 복판에서
여전히 서성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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